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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르 상 보이에 셰프 “나의 요리는 뿌리를 찾아가는 여정입니다”

입력 | 2016-09-12 03:00:00

한국계 입양아 출신 佛 셰프… 피에르 상 보이에 씨




피에르 상 보이에는 아이들 이유식까지 직접 만들어 줄 정도로 집에서도 요리하기를 좋아한다. 그는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음식을 만들어 주는 것을 좋아한다. 처갓집에 가서도 장모님 대신 내가 요리한다”고 말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엘리제 궁(프랑스 대통령의 관저)입니다.”

지난해 10월 프랑스의 한국계 입양아 출신 요리사 피에르 상 보이에(36)는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한-프랑스 수교 130주년을 맞아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방한할 때 동행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한 달 뒤 그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요리사로 대통령 전용기를 타고 방한했다.

“처음에는 장난인 줄 알았어요.(웃음) 아마도 제가 한국계 요리사라는 점도 고려됐던 것 같습니다.”

자신의 이름이 한글로 적힌 부채를 들고 활짝 웃고 있는 피에르 상 보이에. 피에르 상 보이에 제공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CICI) 주최로 열린 ‘문화소통포럼 2016’에 참석한 그를 최근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그는 2011년 세계적인 요리 경연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톱셰프(Top Chef)’ 프랑스 시즌 2에서 최종 3인에 오르며 이름을 알렸다. “석 달 넘게 프랑스 전국에 프로그램이 방영됐어요. 길거리에서 저를 알아봐 주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인기를 얻었죠. 우승은 못 했지만 식당을 여는 데 필요한 은행 융자를 쉽게 받을 수 있었어요.”

현재 그는 프랑스 파리에 자신의 이름을 내건 ‘피에르 상 인 오베르캉프’ ‘피에르 상 온 강베’ 두 개의 식당을 운영 중이다. 올해 세 번째 식당을 연다.

그의 식당은 1시간 이상 기다려야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미국 뉴욕타임스 등 해외 언론에도 소개됐다. 프렌치 요리지만 한국적인 맛을 더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쌈장, 고추장, 오미자, 된장, 간장 등 한국에서 공수해 온 양념을 요리에 사용해요. 물론 저만의 방법으로 현지인의 입맛에 맞게 변형하죠. 한국의 맛을 살리기 위해 한국인 요리사도 3명이 함께해요.”

그는 7세 때 프랑스 중부의 한 가정에 입양됐다. 요리에 관심이 많았던 양부모 덕분에 16세 때부터 영국과 프랑스의 고급 레스토랑에서 요리를 배우며 경력을 쌓았다. 2004년 입양 뒤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제 뿌리를 알고 싶은 마음에 한국으로 갔어요. 5개월 정도 이태원의 프랑스 식당에서 일하며 한국의 맛을 배웠죠. 그때 지금의 아내도 만났어요.”

그는 매년 한국에 있는 처갓집을 방문한다. 시간이 날 때면 전국을 돌아다니며 한국의 맛을 찾아다니는 게 그의 취미다. “몇 년 전 장 담그는 법을 배우고 싶어 경북 포항에서 차로 2시간이나 떨어진 산골에 가기도 했어요. 앞으로 한국 요리를 더 배우고 싶어요.”

한국의 맛에 끌린 것에 대해 그는 ‘필연’이라고 강조했다. 입양 후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을 때 먹어 본 식혜의 맛을 기억하고 있을 정도로 그는 자신의 뿌리에 강한 애착을 보였다. “요리를 통해 프랑스와 한국의 가교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제 요리는 저의 뿌리를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자신의 음식을 한국에도 맛보이고 싶다는 그는 머지않은 미래에 한국에서도 식당을 낼 계획이다. “요즘 한국의 사찰 음식에 푹 빠져 있어요. 한국 요리의 기원을 찾고, 제 몸에 흐르는 한국인의 피도 좀 더 이해하고 싶어요.”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