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혁 장편 ‘나는 농담이다’
김중혁 씨는 새 장편 ‘나는 농담이다’에서 지구와 우주를 넘나드는 배경, 삶과 죽음을 오가는 인물들을 통해 독특한 상상력을 선보인다. 동아일보DB
그런데 김 작가라면 낯설지 않다. 그는 첫 소설집 ‘펭귄뉴스’에서 ‘(음악의) 비트해방운동’이 벌어지는 판타지 공간을 선보였고, 장편 ‘좀비들’에선 살아 있는 시체들인 좀비를 주요 인물로 등장시켰다. 동인문학상, 김유정문학상 등을 수상하면서 문단의 든든한 허리로 자리 잡은 이 작가는 순문학이 장르소설의 소재를 적극적으로 차용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나는 농담이다’는 우주비행사 이일영과 스탠드업 코미디언 송우영의 이야기가 교차하는 작품이다. 이일영은 사고로 인해 모체 우주선에서 분리돼서 우주를 떠돌고 있다. 기내 산소량이 점점 줄어드는 상황에서 그는 관제센터에 메시지를 보낸다. 지구에는 낮엔 컴퓨터 애프터서비스 기사, 밤엔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 일하는 송우영이 있다. 그와 이일영은 아버지가 다른 형제다. 일영과 왕래가 없던 그는 죽은 어머니가 부치지 못한 편지가 일영 앞으로 돼 있는 걸 알고는 당혹스러워한다. 우영은 망설임 끝에 일영을 찾아가 편지를 전달하기로 한다.
‘나는 농담이다’라는 제목은 무슨 뜻일까. 작가는 책의 말미에 ‘작가의 말’ 대신 덧붙인 ‘작가의 농담’을 통해 슬쩍 힌트를 준다. “송우영이 농담 속에서 살아간다면 저는 소설 속에서 살아갈 겁니다. 문자와 문장과 문단 사이에서 죽치고 있을 작정이고, 절대로 나가지 않을 겁니다. … 여기서 살 수 있어서 즐겁습니다.”
고통을 겪어 나가면서도, 그 고통의 무게를 잠시 잊게 하는 농담 같은 이야기들을 통해서 때때로 위로받는 것. 그게 소설이고 삶이다. 그래서 ‘나는 농담이다’의 ‘농담’의 자리에 ‘소설’ 혹은 ‘인생’으로 바꿔 넣어도 좋겠다. ‘나는 소설이다’, ‘나는 인생이다’라고.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