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킷 리스트’ 등 새 광고 방영 “가족 통해 흡연자 설득하는 게 혐오감 주는 것보다 더 효과적”
이 장면처럼 아빠는 가족과 시간을 더 보내고 싶었지만 흡연으로 일찍 세상을 떠나 ‘희망사항’으로만 남았다는 내용의 최근 금연 광고가 호응을 얻고 있다. 국가금연지원센터 제공
“아이와 더 많은 대화를 할 겁니다. 부모님께 사랑한다고 말할 겁니다. 그리고 아내에게 고맙다는 말을 자주 할 겁니다….”
하지만 반전이 일어난다. 장면이 바뀌면서 주인공이 병실에 누워 있고 주위에는 울고 있는 가족이 보인다. 알고 보니 흡연으로 건강을 잃은 주인공이 지난날을 후회하며 가족과 하고 싶은 일을 상상한 것. 주인공은 “담배는 절대 입에 대지 않을 겁니다. 내가 다시 살 수 있다면”이라며 임종한다.
이번 금연광고는 ‘공감’을 통해 흡연자를 설득하는 방향으로 제작됐다. 기존 금연광고는 흡연으로 시커멓게 돼버린 폐, 후두암으로 목이 뚫린 모습 등 흡연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도록 제작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경계심과 혐오감을 주는 것보다는 가족 등을 내세워 공감하도록 만드는 것이 금연에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하에 내용에 변화를 준 것.
‘버킷 리스트’ 편과 함께 공개된 ‘교통사고’ 편도 흡연 사망자(5만8155명·2012년)가 교통사고 사망자(5392명)의 10여 배에 이르는 점을 강조하는 등 ‘공감’과 ‘설득’에 방점을 뒀다. 추석 때 TV 앞에 모여 담소를 나눌 가족들이 이 광고를 보고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금연 효과가 극대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복지부의 설명이다.
건강보험공단이 6월 선보인 금연광고도 ‘공감’과 ‘가족’을 키워드로 내세웠다. 주인공은 학생인 딸이 ‘담배를 피우는 것 같다’는 담임교사의 말에 깜짝 놀라 학교를 방문한다. 교사와 상담 중 딸의 동영상 편지가 전달된다. 딸은 말한다. “아빠, 내가 담배 피우는 줄 알고 놀랐지. 간접흡연 때문에 아빠가 담배 피워도 내가 피우는 것과 비슷하대.” 이후 딸과 아빠가 금연을 약속한다.
실제 금연의 원동력이 ‘가족’인 경우가 많다. 올 초 한국존슨앤드존슨이 금연을 시도 중인 남성 259명에게 금연 결심 계기를 설문조사한 결과 ‘가족의 권유’(96.5%)가 ‘건강 걱정’(65.4%)보다 높았다. 국가금연지원센터에 따르면 금연에 가족의 지원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특히 ‘아침’에 가족의 도움이 절대적이다. 아침 기상 후 담배를 피우고 싶다는 흡연자의 욕구가 가장 강하기 때문. 센터 오유미 정책연구부장은 “금연을 결심하면 주위에 많이 알리고 지지를 받으면 그만큼 성공 확률이 높다. 흡연자는 금연 사실을 가족에게 알리고, 가족은 때론 응원해주고 때론 따끔하게 지적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