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 100kg급 최광근, 한국 유도 패럴림픽 첫 2연패
“여보야, 봤지?” 시각장애 유도 선수 최광근(오른쪽)이 11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카리오카 경기장3에서 열린 리우 패럴림픽 시각장애 유도 남자 100kg급 결승전에서 브라질의 안토니우 테나리우를 한판승으로 제압한 뒤 포효하고 있다. 최광근은 2012년에 이어 패럴림픽 2연패를 달성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남녀는 2012년 런던 패럴림픽에서 처음 만났다. 남자는 시각장애 유도 100kg급에서 우승했고 여자는 대한장애인체육회의 국제 업무 담당 직원으로 현지에서 선수들을 지원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패럴림픽 시각장애 유도 남자 100kg급에서 금메달을 따낸 최광근이 경기를 마치고 아내 권혜진 씨와 포옹을 하며 기쁨을 나누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사진공동취재단
2015년 1월 둘은 결혼에 성공했지만 제대로 된 프러포즈도, 결혼반지도 없었다. 권 씨는 “결혼을 앞두고 2014년 인천 장애인아시아경기를 치르면서 둘 다 바빴다. 대회가 끝나고 나서는 내가 대학원(서울대) 석사과정을 마치느라 결혼식을 제대로 준비할 상황이 아니었다. 잠시 짬을 내 결혼반지 몇 개를 봤는데 딱히 마음에 드는 게 없어 일단 미뤘다. 신혼여행도 남편이 출전한 헝가리 국제대회에 따라갔다가 경기가 끝난 뒤 며칠 더 머무는 걸로 대신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 뒤 남편이 결혼반지를 맞추지 못한 것을 마음에 걸려 할 때마다 권 씨는 이렇게 말했다. “이왕 늦은 거 리우에서 금메달을 따면 그때 프러포즈와 같이 해줘. 은메달 따면 평생 은반지 끼고 살 거니까 열심히 훈련해. 약속할 수 있지?”
남편은 약속을 지켰다. 최광근은 11일 열린 100kg급 결승에서 경기장을 가득 메운 안방 팬들의 응원 속에 출전한 안토니우 테나리우(브라질)를 1분 31초 만에 발뒤축후리기 한판승으로 꺾었다. 한국 유도의 패럴림픽 첫 2연패였다.
매트에서 내려와 보조원의 팔을 잡고 관중석으로 향한 최광근은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는 권 씨를 와락 껴안았다. 시상식까지 마친 뒤 부부는 취재진 앞에 섰다. 남편은 “내가 많이 부족한데 결혼해 줘서 고맙다”라며 아내의 목에 금메달을 걸어줬다. 펑펑 울던 아내의 얼굴에 어느새 미소가 번졌다. 늦었지만 반짝반짝 빛나는 ‘금메달 프러포즈’였다. 권 씨는 “남편이 정말 자랑스럽다. 아들에게도 큰 선물이 될 것이다. 운전을 내가 도맡아 해야 된다는 것을 빼놓고는 살면서 불편한 점은 못 느꼈다. 한국에 돌아가면 결혼반지를 골라봐야겠다”며 웃었다. 권 씨는 이번 대회에서 상황실을 지키고 있다.
최광근은 아들의 살을 빼려는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초등학교 5학년 때 유도를 시작했다. 강릉 주문진고교 2학년 때부터 두각을 나타낸 그는 그해 전국체육대회를 앞두고 3학년 선배와 연습 경기를 하다 왼쪽 눈을 크게 다쳤다. 대회에도 출전하지 못했다. 어머니 김숙희 씨(52)는 유도를 시킨 것을 후회했다. ‘망막 박리’ 판정을 받은 그에게 의사는 유도를 당장 그만두라고 했지만 최광근은 혼자 방에 틀어박혀 울면서도 다시 도복을 입었다. 장애인 비장애인 대회에 모두 출전하기 시작한 고교 3학년 때는 비장애인 대회에서도 우승을 했고 한국체대에 장학생으로 입학했다. 왼쪽 눈이 나빠지자 오른쪽 눈도 점차 나빠졌다. 그러나 시각장애 유도를 시작한 뒤로는 곧바로 국내 최강자가 됐다. 2014년 인천 장애인아시아경기에서도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패럴림픽 금메달 정부 포상금은 6000만 원이다. 여기에 최광근은 런던 대회 우승으로 경기력 향상 연구연금 상한선 100만 원을 이미 채웠기 때문에 이번에는 일시불로 6700만 원을 받게 된다. 소속 팀, 연맹, 지자체로부터 나오는 포상금까지 하면 두 번째 금메달로 얻는 액수는 1억5000만 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리우데자네이루=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