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北 고도의 전략” 분석
국제사회의 경고와 제재에도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강행, 세계 최강대국 미국을 향한 전쟁 위협, 남한에 대한 줄기찬 도발, 기이한 행동을 일삼는 지도자, 분기탱천한 체제 선전…. 국제사회에 비치는 북한 김정은 정권은 ‘미치광이 정권’이란 표현에 딱 들어맞는다. 김정은 정권은 정말 미친 걸까.
뉴욕타임스(NYT)는 10일 “북한은 미친 게 아니라 지나치게 이성적이다”라는 제목의 기사로 이를 반박하며 오히려 지나치게 이성적이어서 더 위험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북한이 무모할 정도로 핵무기 확보에 집착하는 것은 북한처럼 고립된 약소국의 거의 유일한 생존수단이라는 냉철한 계산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또 북한이 보여 주는 호전성과 예측 불가능성 역시 미국 같은 강대국에 미치광이로 비침으로써 협상을 유리한 국면으로 끌고 가려는 고도의 노림수라는 것이다.
국제정치학에서 어떤 국가가 이성적이란 말은 그 지도자가 언제나 최고와 최선의 도덕적 선택을 한다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그보단 자기 보전을 최우선에 둔 채 자국 이익에 충실하게 행동할 때를 뜻한다.
NYT는 “야만적 잔혹성과 차가운 계산은 상호 배타적인 게 아니라 결국은 공동의 목표를 위해 손을 잡는 경우가 많다”며 북한은 국제정치학에서 말하는 ‘미치광이 이론(Madman Theory)’에 입각해 행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협상 상대자에게 자신을 미치광이로 인식시킴으로써 이를 무기 삼아 협상을 유리하게 이끄는 국제정치 전략을 말한다. 미치광이 이론은 미국 리처드 닉슨 정부가 베트남전 종전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핵전쟁 공포를 불러일으켜 베트남 뒤에 있던 소련을 움직이게 한 전략에서 유래한다.
실제 전쟁이 발생하면 북한은 패배할 수밖에 없는 약소국이다. 하지만 언제든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호전성과 예측 불가능성을 과시함으로써 그런 파국을 지연시킬 순 있다. 둘 다 위험한 선택지이긴 하지만 후자가 전자보단 덜 위험하다. 북한은 이를 염두에 두고 계속 미치광이 행세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전략은 결국 끊임없이 한반도를 전쟁 위기로 몰아넣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사소한 사건이나 오판이 실제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위험하다고 NYT는 지적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