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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테러범과 연이어 약혼… 테러가 삶이 돼버린 여인

입력 | 2016-09-12 03:00:00

파리 리옹역 공격시도 23세 ‘사라 H’의 숨겨진 과거




“사라 H는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와 특별한 종속 관계에 놓여 있었다.”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인근에 가스통이 실린 차량을 세워 두고 파리 리옹 역 테러까지 계획한 ‘이슬람국가(IS)’ 여전사 3명. 프랑수아 몰랭 파리 검사장은 9일 여성 테러범들의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들 중 23세 ‘사라 H’의 놀라운 과거를 공개했다.

1993년 프랑스 파리 북부의 소도시 리지외에서 태어난 사라 H는 올해 약혼을 3번 했다. 상대는 모두 이슬람 급진주의자였다. 첫 번째 약혼자는 6월 13일 파리 외곽 마냥빌에 거주하는 경찰관 부부를 살해한 라로시 아발라(25)다. 아발라는 IS의 지령을 받고 경찰관 부부를 세 살 아들이 보는 앞에서 살해하고 그 과정을 페이스북에 생중계했다.

아발라가 범행 후 경찰과 대치하다 사망하자 사라 H는 한 달여 뒤 연하남과 두 번째 약혼을 했다. 7월 26일 프랑스 북부 소도시 생테티엔뒤루브레의 성당에서 86세 자크 아멜 신부를 무릎 꿇린 채 살해한 19세 아델 케르미슈다. 그는 “칼을 갖고 교회로 가서 대학살을 저지를 것”이라고 예고하고 범행 과정을 동영상으로 촬영했다. 그도 경찰 진압 과정에서 사망했다.

검찰 수사 결과 사라 H는 현재 사실혼 상태다. 상대는 8일 체포된 동갑내기 모하메드 라민이다. 라민은 사라 H의 첫 번째 약혼자 아발라의 친구다. 그의 형은 2013년 파키스탄 테러에 가담한 혐의로 형을 살고 나와 6월 아발라의 경찰관 부부 테러에 가담한 혐의로 다시 수감 중이다.

사라 H의 약혼자 3명은 모두 가장 급진화된 IS 전사들이다. 아발라는 오랫동안 지하디스트 모집에 관여해 프랑스 수사 당국이 감시해 왔고, 케르미슈 역시 시리아로 건너가 IS에 가담하려 한 혐의로 두 차례 체포됐다. 사라 H도 시리아에 있는 지하드에 합류하려는 시도를 여러 차례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몰랭 검사장은 “그는 남녀 관계로 프랑스의 지하디스트와 관계를 맺어 왔다”고 말했다. 결혼 역시 급진화의 한 전략이 되어 버린 셈이다.

프랑스 언론은 이번 테러 시도가 프랑스에서 여성이 직접 테러에 나선 첫 번째 사례라는 데 주목하고 있다. 라디오 방송 프랑스 앵포는 올 1월 정보기관 문서를 인용해 프랑스 지하디스트 600명 가운데 35%인 220명이 여성이라고 보도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IS로 떠난 여성들은 주로 지하디스트와 결혼하기 위해서, 혹은 남편이나 가족과 합류하기 위해서였다. 지난해 초 IS는 “여성은 9세가 되면 결혼할 수 있고 교육은 15세까지만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여성의 역할을 출산의 도구로 제한한 것이다. 그러나 남성 요원들에 대한 유럽의 감시가 심해지자 여성들을 테러 전선에 내세우고 있다. 몰랭 검사장은 “과거와 달리 여성 조직원들이 전사로서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며 “테러 조직들은 타국의 어린 소녀들까지 테러 계획에 끌어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