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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러 ‘시리아 휴전’ 합의했지만… 포성 사라질지 불투명

입력 | 2016-09-12 03:00:00

양국 외교, 13시간 협상끝 타결 “휴전 안착땐 IS격퇴 연합 작전”
수시간뒤 정부軍 대규모 공습… 2월에도 합의했지만 유명무실




미국과 러시아가 5년간 이어지고 있는 시리아 내전을 중단시키기로 공식 합의했다. 양국은 휴전이 안착될 경우 ‘이슬람국가(IS)’와 같은 국제 테러단체 격파를 위해 처음으로 연합 군사작전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앞서 2월 합의된 휴전협정이 유명무실해진 전례가 있는 데다 이번 합의가 이뤄진지 수 시간 만에 대규모 공습으로 100명 가까이 사망해 실제 휴전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많다.

미국 존 케리 국무장관과 러시아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은 9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13시간의 마라톤협상 끝에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12일 일몰부터 시리아 전역이 임시 휴전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12일은 이슬람권 최대 명절인 ‘이드 알 아드하(희생제)’가 시작되는 날이다. 양국은 휴전 상태가 1주일간 지속돼 주변이 안정된다면 IS와 알누스라 전선(알카에다의 시리아 지부) 격퇴를 위해 연합 작전에도 나서겠다고 밝혔다.

시리아는 2011년부터 정부군과 반군의 내전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은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 축출을 내세운 반군을 지원하고 있는 반면 러시아는 지난해 9월 궁지에 몰렸던 아사드 정권을 소생시키기 위해 시리아 내전에 뛰어들었다. 두 나라 모두 IS 등 테러와의 전쟁을 참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각각 반군과 정부군을 지원하며 이 일대 영향력 확대를 추진해 왔다. 전쟁이 장기화돼 50만 명이 넘는 희생자가 나오고 수백만 명의 난민이 발생하자 올해부터 휴전 논의가 진행돼 왔다.

그러나 10일 휴전 합의안이 나온 지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북부 반군 점령지인 이들리브의 한 상가가 정부군의 공습을 받아 60명 이상이 숨졌다. 최대 격전지인 알레포에서도 공습으로 30명이 사망했다.

문제는 휴전이 시작돼 포성이 멈춰도 정치적인 갈등은 줄지 않는다는 것이다. BBC는 11일 “일주일간의 임시 휴전은 성공할 수 있다. 하지만 (아사드 정권 축출과 같은) 정치적인 이견은 해결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5일 중국 항저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났지만 시리아 해법 도출에 실패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번에 미-러 대테러 연합 군사작전이라는 무리한 카드를 러시아에 제시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연합 작전이 이뤄지면 미군이 어떻게 목표물을 식별하고 공격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러시아에 그대로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펜타곤(국방부) 관리들에게서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