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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구자룡]사드반대 중국 입장, 바뀌지 않았다

입력 | 2016-09-12 03:00:00


구자룡 베이징 특파원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5일 저장 성 항저우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후 중국 관영 언론의 발표를 지켜본 베이징 교민 A 씨는 “한중 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 이제 한숨 돌렸다”며 안도했다. 시 주석의 메시지에는 사드 반대도 있지만 항저우에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 3년이 있었던 인연 등 한중 우호를 지키자는 의지도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사드 문제로 한중 관계가 어그러지는 징후가 여기저기서 나타나자 “북한이 5차 핵실험이라도 하면 중국의 태도가 달라질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급기야 북한이 9일 5차 핵실험을 했다. 북한이 중국의 뜻을 거슬러 또다시 핵실험을 했으니 북한이 괘씸해서라도 중국이 사드 배치의 필요성을 이해하려 하거나 사드 반대 태도를 누그러뜨릴까. 그래서 한중 간 사드 갈등은 줄어들까.

우리는 한국이 처한 생존의 위기를 중국이 공감해 주길 바라지만 중국의 생각은 다르다. 관영 영자신문 차이나데일리는 북한 핵실험 다음 날인 10일 ‘사드 배치가 북한을 자극했다’는 전문가 의견을 실었다. 북핵 때문에 사드를 배치한다는 한국의 설명에 귀를 닫고 주객전도의 논리를 펴는 것이다. 관영 환추시보도 “북한 핵실험으로 사드 한반도 배치에 동의할 수 있는 합당한 이유를 찾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한 북한 핵실험을 비판하고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도 초치했다. 앞으로 추가 대북 제재 결의안에 참여할 것이다.

하지만 사드 문제에 대해선 우리와 출발점부터 다르다. 사드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이 한반도에 설치하는 미사일방어체계의 일부분이라는 것이 중국의 기본적인 시각이다. 시 주석은 3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중국의 전략적 안전이익을 존중하라”며 사드 반대의 뜻을 분명히 밝혔다. 중국의 한 전문가는 5차 핵실험 직후에도 “미국은 북한 핵실험을 아시아 재균형의 명분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5일 한중 정상회담에서는 ‘우호’도 있었지만 “사드 문제 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갈등 격화’가 불가피하다”는 경고도 있었다. 시 주석의 발언은 사드 배치가 현실화하기까지는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두고 보겠다는 뜻이다. 따라서 앞으로 사드 미사일이나 레이더가 미국에서 출발해 한반도에 들어와 배치되는 여러 과정에서 중국의 사드 반대와 경고는 점차 거칠어질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항저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끝난 뒤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인공섬 건설을 가속화하고, 미국은 이에 맞서 ‘항행의 자유 작전’을 재개하는 등 미중 간 기 싸움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중국은 12일부터 이곳에서 러시아와 연합 해상훈련을 시작한다. 남중국해에서 ‘미중 간 신냉전’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남중국해에서 미중 갈등이 커지면 동북아에서 ‘한미일 중국 견제 동맹’의 일원이 되어 가는 한국을 바라보는 중국의 시선도 날카로워질 수밖에 없다.

한국 정부는 추석 연휴가 끝나면 사드 배치 지역을 확정해 발표한다. 한중 정상회담과 북한 5차 핵실험으로 잠시 주춤했던 한중 사드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한중 정상회담 후 희망을 가졌던 교민 A 씨가 다시 실망하는 모습을 볼지도 모른다.

지난해 9월 박 대통령이 톈안먼 성루에 올랐을 때 ‘중국은 북한이 아닌 우리 편’이라는 착각이 있었다. 중국의 전략적 이익에 따른 의도와 행동을 보지 않고 일희일비하거나 우리의 희망 사항을 현실로 여기려고 하면 중국을 잘못 이해하는 오류를 범하고 한중 관계 설정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구자룡 베이징 특파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