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호(51)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등으로부터 100억원대의 부당한 수임료를 수수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최유정(46·여·사법연수원 27) 변호사 재판에서 정 전 대표와 담당 재판부와의 식사·인사 명목으로 거액을 받아갔다는 증언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현용선) 심리로 12일 오전 열린 최 변호사의 2회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정 전 대표의 여동생 정모씨(45)는 “최 변호사는 주말에 담당 재판부를 만나서 식사도 하고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했다”며 “원래 약속됐던 월요일이 아닌 전주 금요일에 30억원을 줬다”고 말했다.
정씨는 증인신문에서 “네이처리퍼블릭 박모 부사장을 통해 오빠가 최 변호사에게 처음에 20억원, 성공보수로 30억원을 주기로 했다고 들었다"며 "그래서 돈을 인출한 뒤 최 변호사 사무실로 찾아갔다”라고 말했다.
이어 “당시 최 변호사는 신원그룹 사건과 동국제강 사건을 해야 하니 오빠 사건도 빨리 끝내자고 했다. 최 변호사는 ‘원래 회장님들만 상대한다. 50억원이면 싼 편’이라고 이야기 했다”고 주장했다.
정씨에 따르면 정씨는 2월 3일 최 변호사에게 30억원을 전달했으나 같은 날 돌려받았고, 같은달 19일 최 변호사로부터 ‘오빠의 편지가 왔다’는 연락을 받고 다시 30억원을 전달했다.
그러나 같은달 25일 정 전 대표의 보석 청구가 기각되자 다시 30억원을 돌려받았고 3월 2일 최 변호사로부터 다시 연락이 와 10억원을 전달했다.
정씨는 “최 변호사는 처음 돈을 받고 노란색 포스트잇에 날짜와 함께 ‘30억 받음’이라고 써줬다”며 “오빠가 확실히 보석으로 풀려날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자신있게 말했다”고 말했다.
이에 최 변호사 측 변호인이 “몇 번 만나지 않은 사이이고 돈의 용처에 대해 구체적으로 대화를 안 한 것 같다”고 묻자 정씨는 “분명히 재판부 만나서 식사해야 한다고 들었다”고 답했다.
최 변호사 측이 “재판부 인사 명목이 아니라 자수성가한 기업인이고 사회에 기여한 측면에서 오빠가 풀려날 수 있다고 말한 게 아니냐”고 묻자 “그런 말은 들은 적 없다”고 선을 그었다.
최 변호사는 지난해 12월 유리한 재판부 배당·보석 석방 등을 내세워 정 전 대표로부터 착수금 20억원을 먼저 받고 성공보수 30억원을 추가로 받는 등 50억원의 부당 수임료를 받은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구속기소됐다.
이후 최 변호사는 재판부 변경 등으로 인해 정 전 대표의 보석이 이뤄지지 않자 30억원은 돌려준 것으로 조사됐다.
동아닷컴 디지털뉴스팀 dnew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