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아빠본색’ 이창훈-김미정 부부의 한가위
“효주야, 우리 ‘사랑해요’ 해볼까.” 부끄럼 많은 딸은 아빠 엄마의 즐거운 채근에 배시시 미소를 머금는다. 5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만난 배우 이창훈 씨와 부인 김미정 씨, 딸 효주 양은 사진기자가 뭘 요구하기도 전에 이것저것 포즈를 만드느라 정신이 없었다. “한가위 기념사진인데 신나는 게 당연하죠, 허허.” 의상협찬 박술녀 한복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맞다. 초등학교 1학년에게 그보다 행복한 게 뭐가 있을까. 온 가족이 모여 하루 종일 왁자지껄. 배우 이창훈 씨와 김미정 씨 부부의 딸 효주도 달리 바라는 게 없었다. 평범하지만 가장 소중한 건 가족이 ‘함께하는’ 것. 효주의 바람이 우리가 한가위를 맞는 맘이다.
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만난 이 씨네도 연예인 가족이란 점만 빼면 보통의 우리 이웃과 다름없었다. 채널A 예능 프로그램 ‘아빠본색(매주 수요일 오후 9시 30분)’에서 리얼한 일상을 보여 주던 모습 그대로다. 툭탁거릴 때도 있겠지만 말 한마디에도 속정이 깊게 밴. 엄마 품에 안겨서도 꼭 쥔 아빠 손을 놓지 않는 효주처럼. 가족은 그렇게 이어져 있었다.
―가족에게 추석은 어떤 의미인가.
이창훈(아빠)=명절을 떠올리면 아내에게 고맙다. 내가 1남 4녀, 삼대 독자 외아들이다. 심지어 여동생이 와이프보다 열세 살 많다(부부는 16년 차). 근데 나보다 어머니 누이들이랑 더 친하다. 추석에 어머니 집에 모이면, 아내가 항상 더 있다 가자고 한다. 가족과 잘 지내는 와이프. 남자들이 가장 바라는 거 아닌가.
김미정(엄마)=식구들이 워낙 처음부터 잘해 주셨다. 어려서 시집왔다고 신경도 많이 써 주셨고. 올해가 시집와서 아홉 번째 맞는 추석인데, 신혼여행 돌아온 날이 시댁에서 한가위 음식 준비하던 날이었다. 남편은 신혼집에서 쉬고, 바로 혼자 시댁에 갔다. 그때부터 어머니가 좋게 봐주신 것 같다.
―추석 때 가면 집안 어른들이 효주를 엄청 예뻐하겠다.
아빠=물론이다. 근데 효주 사촌 큰오빠는 지금 29세다. 거의 딸이나 조카뻘이다. 오빠 언니들이 많으니까 명절만 되면 너무 신나 한다. 근데 어디 애랑 놀아 주는 게 쉬운 일인가. 그래도 다 잘 받아 줘서 고마울 뿐이다.
엄마=어릴 때부터 식구들이 넘쳐 나는 명절을 너무 좋아했다. 함께 음식 준비하는 것도 즐겁다. 시누이들이랑 모여서 남편 흉도 좀 보고(웃음). 효주도 그런 성격을 닮았는지 예쁜 짓을 잘한다.
―‘아빠본색’ 출연하고 처음 맞는 추석이다. 달라진 게 있나.
아빠=초여름부터 촬영했는데 시간이 벌써 그렇게 됐다. 우리 부부한테 ‘아빠본색’은 정말 고마운 프로그램이다. 결혼 10년이 되다 보니 데면데면한 면도 없지 않았다. 근데 관찰카메라로 찍어 보니까 다 나오더라. 애한테 신경 쓰느라 부부로서 서로 소홀했단 반성이 됐다. 물론 아빠 엄마로서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부부로서의 감정도 다시 되살리는 한가위가 됐으면 싶다.
엄마=부부가 더 진솔한 대화를 많이 하게 됐다. 방송에서도 얘기했지만, 처음엔 누리꾼 댓글에 울기도 했다. 그러나 돌이켜보니 도움 되는 얘기도 있더라. 부부가 함께 성장하는 밑거름이 됐다. 다만 방송에서 보이는 모습이 다가 아니란 건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첨엔 방송을 잘 몰라서 속상했지만, 남편을 좋게 봐 주셔서 감사하고 있다.
아빠=사실 아내도 집안일 많이 한다. 근데 ‘아빠본색’이다 보니 아무래도 아빠 중심으로 가는 게 있더라. (효주도 “방송해서 좋긴 한데, 힘들기도 해요”라고 했다.) 연예인인 남편, 아빠를 위해 애써 주는 게 고맙다.
엄마=남편이 더 그런 편이다. 독립성도 키워 줘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아빠가 너무 다 퍼준다(웃음). 효주가 어릴 때 아토피로 워낙 고생해서 더 안쓰러운 것도 있고. 시골로 이사 온 것도 오직 그 이유 때문이다. 여기 오면서 학원이나 과외도 다 끊었다. 애가 건강하고 밝게 큰다면 뭘 더 바라겠나.
아빠=맞다. 최근에 효주가 친구들이랑 영어 배우고 싶다고 해서 그거 하나 다닌다. 일주일에 2번. 언제든 하기 싫다 그러면 안 시킬 거다. 남들에게 베풀 줄 아는 심성을 가르치고 싶지, 영어 단어 하나 더 가르치는 건 중요하지 않다. 어릴 때부터 스트레스 받게 만들고 싶진 않다.
―배우자에게, 아이에게 서로 추석 덕담 한마디.
엄마=건강했으면 좋겠다. 담배도 끊고 술도 많이 줄였는데, 운동도 열심히. 효주도 마찬가지고.
아빠=살면 살수록 느끼는 게 가족만큼 소중한 게 없다. 그런데 가족만 보다 보니 남편 아내가 희미해지기도 하더라. ‘아빠본색’ 찍으며 다시 연인으로 돌아간 기분이 든다. 사랑하고 감사하며 살자.
“음…, (한참 고민하더니) 장난감 없어도 돼요. 아빠 엄마랑 더 많이 있고 싶어요. (아빠가 ‘하루 종일 같이 있잖아’라고 하자) 그래도요. 언제나요.”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