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얽히고설킨 선박운송… 해운사 침몰땐 연쇄 참사

입력 | 2016-09-13 03:00:00

한진해운 사태가 심각한 까닭은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신청 이후 13일째 이어지고 있는 물류 대란은 화주(貨主)들의 1차 피해는 물론 수많은 2, 3차 피해를 낳고 있다. 해운업 생태계의 중심인 대형 해운사가 ‘침몰’하면서 이를 기반으로 사업을 영위하던 협력업체들이 연쇄 충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 해운사를 둘러싼 복잡한 생태계

12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해운사를 중심으로 한 선박 운송은 간단하게 요약하더라도 ‘선적의뢰→육상 운송→선적→출항→바다 운송→하역→육상 운송’ 등의 단계를 거쳐야 한다. 모든 과정을 다 해운사가 처리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각각의 단계를 담당하는 업체들이 존재한다. 이 때문에 물건의 주인인 화주가 해운사와 직접 계약을 맺는 경우는 거의 없다.

화주는 보통 ‘포워더(Forwarder·운송주선인)’에게 운송을 위탁한다. 포워더는 목적지, 경제성, 납기 등을 고려해 해운사의 운송 경로 중 가장 알맞은 경로를 정한다. 이들은 통관 절차, 화물보험 가입 등 화물 운송 전반을 관리한다.

컨테이너에 담긴 화물이 기차나 트럭으로 항만 터미널에 도착하면 배에 실리기 전 검수,검량, 감정 업체들의 작업도 거쳐야 한다.

4000∼5000TEU급(1TEU는 약 6m 길이의 컨테이너 1개) 선박에는 출발과 도착 시 도선사(導船士)가 탑승해 안전한 수로로 안내한다. 워낙 덩치가 큰 데다 익숙하지 않은 항만에서 수로를 운행하다 암초라도 만나게 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좌우로 움직이기 어려운 선박을 끌어당기기 위해 예선(曳船)이라고 불리는 작은 배들도 필요하다. 배가 항구에 들어오면 선박을 고정하는 줄잡이 업자(강취방) 들까지 나서야 한다. 정박한 선박에 선박유, 물, 각종 식자재 등을 공급하는 업체들도 해운사와 계약이 돼 있다.


○ 컨테이너선이라 더 커진 피해

한진해운 법정관리행의 후폭풍이 예상보다 훨씬 거센 또 다른 이유는 컨테이너를 주로 실어 나르는 정기 선사라는 데 있다. 한진해운의 배 141척 중 97척이 컨테이너선이다. 컨테이너선은 수백 곳의 화주로부터 받은 물건을 한 배로 운송한다.

앞서 법정관리에 들어갔던 STX팬오션, 대한해운 등은 벌크선을 중심으로 한 부정기 선사였다. 벌크선은 석탄, 원유 등 하나의 화주로부터 받은 한 가지 화물을 운송한다. 컨테이너선이 버스라면, 벌크선은 택시인 셈이다.

화주가 다양하면 선적과 하역 작업도 복잡하다. 물건을 싣는 순서, 배치, 그리고 하역한 뒤 화물이 이동하지 않도록 하는 고박 작업도 필요하다. 1일 한진해운의 법정관리행 소식이 전해지자 맨 먼저 작업을 거부하고 나선 곳이 고박 작업을 하는 래싱(lashing) 업체였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보니 사태를 풀어 가는 방법도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한국검수검정협회 관계자는 “한진해운과 계약한 부산지역 검수, 감정 업체들이 받지 못한 돈만 16억 원에 이른다”고 전했다. 부산항에서 근무 중인 한 도선사는 “최악의 경우 미수금은 떼일 거라 보고 있는데, 법정관리 이후의 도선료도 받지 못할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한국해법학회 회장)는 “정부가 운송 구조가 복잡한 정기 선사의 역할과 생태계를 간과했다”며 “이해 당사자가 많아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박은서 기자 clu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