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원 내면 네이버 검색 1위 뚝딱
서울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지난해 1월부터 올 6월까지 네이버 블로그 검색 결과에서 상위에 올려주겠다며 총 22억 원을 받아 챙긴 마케팅 업체 대표 최모 씨(42) 등 30명을 컴퓨터 등 장애업무방해 혐의로 입건했다고 12일 밝혔다. 경쟁 맛집 블로그를 검색 결과에 표시되지 않게 한 박모 씨(38) 등 3명은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마케팅 대행업체를 통하거나 자신들이 직접 접근해 “네이버 순위를 끌어올려 주겠다”며 영세 업주들을 공략했다. 수천 대의 PC를 좀비화해 인터넷에 접속했던 기존 방식과 달리 노트북을 스마트폰에 연결하는 테더링 방식을 썼다. 테더링은 모바일 인터넷주소(IP주소)를 받기 때문에 접속을 반복할 때마다 새로운 IP를 받아 매번 다른 사람이 접속한 것처럼 보인다. 마치 여러 사람이 실제 방문한 것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 실제 사람이 검색어를 입력하는 것처럼 입력 속도를 조절하는 ‘리얼 클릭’ 방식도 적용했다.
최 씨는 5만 원만 내면 시간당 2회, 1개월에 2000여 회 방문효과를 얻게 해준다며 영업을 했다. 이에 넘어간 업체는 적게는 월 100만 원, 많게는 총 1억여 원을 썼다.
맛집뿐만 아니라 병원, 대출, 분양, 보험 등 순위 조작은 전방위적으로 이뤄졌다. 이런 방법을 모른 영세 사업자의 홍보 게시물은 막히거나 후순위로 밀려 게시물을 올리고도 효과를 보지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실제로 하위권에 있던 블로그들이 방문 횟수 조작으로 상위권으로 올라왔다”며 “정보공유 목적의 선량한 블로거의 글은 검색 순위에서 밀려나거나 노출되지 않는 등 검색의 신뢰성을 하락시켰다”고 말했다.시민들은 네이버 블로그를 못 믿겠단 입장이다. 서울 여의도에서 식당을 하는 김모 씨(60)는 “나도 유사문서공격에 당한 적이 있다”면서 “그 후로 네이버에 아주 실망했다”며 고개를 저었다. 직장인 김슬기 씨(29)는 “네이버 맛집 블로그에서 보고 간 곳 중에 엉망인 곳이 많았다”며 “검색 시스템을 못 믿겠다”고 비판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블로그 검색 순위는 방문 횟수 외에도 해당 키워드, 작성 시간, 인기도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해 정해진다”며 “알고리즘을 고도화하고 필터링을 강화해 검색 순위 조작으로 인한 선의의 피해자가 없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지영 jjy2011@donga.com·김동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