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强震’ 쇼크/허술한 대비 실태]역대 최강 지진에도 정규방송 3분 지나 자막-잠깐 특보가 전부… KBS측 “정보 적어 특보편성 한계”
국가 재난 주관 방송사인 KBS는 특보와 자막만 내보낸 뒤 1시간 넘게 일일드라마(위 사진) 등 정규 프로그램을 계속 방송했다. 아래는 2011년 3월 규모 9.0의 동일본 대지진 발생 2분 후 일본 공영 방송인 NHK의 재난 방송 화면. KBS·NHK TV 화면 캡처
KBS1 TV는 이날 오후 7시 44분 규모 5.1의 1차 지진에 이어 8시 32분 규모 5.8의 본진(本震)으로 전국이 공포에 휩싸였을 때 정규 편성인 ‘우리말 겨루기’와 드라마 ‘별난 가족’을 방송했다. 중간에 자막과 4분짜리 특보를 내보냈지만 그게 전부였다.
이를 지켜본 시청자들은 “9시 뉴스가 시작할 때까지 1시간 10여 분간 KBS는 사실상 ‘재난 방송 공백 사태’였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KBS는 “첫 지진 3분 후 1TV에서 자막을 내보냈다. 드라마 방송을 계속한 것은 (지진과 관련해) 확인된 정보가 한정돼 특보를 길게 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KBS와 달리 일본의 공영방송 NHK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발생 36초 후 경보음과 함께 자막을 내보냈고, 1분 30여 초 만에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전면 특보로 전환했다. 특보를 편성할 만한 상황이 아니라도 화면의 3분의 1 이상을 그래픽과 자막으로 채워 재난 상황, 대피 요령 등의 정보를 내보낸다.
국내에서는 재난 방송을 얼마나 빨리 내보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은 물론이고 지연 시 제재 수단도 없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새누리당 김재경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강풍, 호우가 많았던 올 2분기(4∼6월) 재난방송 40건 중 상황 발생 2시간 후에야 전파를 탄 비율이 17%나 됐다. 해당 방송사들은 “뉴스 시간이 아니다”, “심야에 인력이 없다”고 지연 이유를 해명했다.
김 의원은 “재해로 통신이 두절되면 정보를 얻을 곳은 방송뿐이지만 이번 지진에서 재난 방송은 신속한 정보 제공에 실패했다. 제도를 정비해 ‘부실 재난 방송’의 오명을 벗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형석 skytree08@donga.com·정양환·김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