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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93%, 지진에 무방비… KTX 교량 절반도 안심 못해

입력 | 2016-09-14 03:00:00

[‘경주 强震’ 쇼크/대응 시스템 바꾸자]
내진설계 의무적용 대상 144만곳… 법 규정 지킨 건 10곳 중 3곳뿐
88올림픽 이전에 지은 아파트, 11년 넘은 3~5층 건물도 사각지대
시공단계부터 관리 강화해야




규모 5.8의 관측 사상 최대 지진이 발생하면서 그동안 막연했던 지진 공포가 현실화됐다. 하지만 국내의 건축물과 주요 시설물은 사실상 지진에 무방비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건축물의 93%가 내진 성능이 갖춰져 있지 않고, 내진 설계 및 보강 기준 등 관련 제도도 부실한 것으로 확인됐다.

○ “건축물 6.8%만 내진 성능 확보”

1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전현희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국 건축물 698만6913동 가운데 내진 성능을 확보한 것은 6.8%(47만5335동)뿐이다. 건축법상 규모 5.5∼6.5의 지진을 견딜 수 있도록 내진 설계를 해야 하는 건축물 143만9549동 가운데 실제 내진 설계가 적용된 건물의 비율도 33.0%에 불과했다. 관련 법에 따르면 3층 이상, 연면적 500m² 이상인 건축물 등은 내진 설계를 의무적으로 갖춰야 한다.

교량, 터널, 댐, 공항 등 공공시설물도 지진에 취약한 곳이 많았다. 국회 국토위 소속 박맹우 의원(새누리당)이 이날 국토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국토부가 관리하는 고속철도 교량은 160곳 가운데 53.1%인 85곳, 공항 내 건축물은 197곳 중 139곳(70.6%)만 내진 성능을 갖췄다.

인구 1000만 명 가까이가 거주하는 서울시내 주요 공공시설물도 지진 대비가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에 따르면 1970년대 완공된 지하철 1∼4호선의 경우 총 146km 구간 중 53km 구간은 내진 보강이 시급했다. 서울의 도로시설물도 총 554곳 중 103곳이 내진 기능이 없었다.

○ 내진 설계 된 건물도 불안

국내에서 내진 설계 규정이 갖춰진 것은 1988년 7월이다. 따라서 1988년 서울 올림픽 이전에 지어진 아파트라면 내진 설계가 안 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 내진 설계는 단계적으로 강화돼 내년 1월부터는 내진 설계 의무 대상이 2층 이상, 연면적 500m² 이상 건물로 확대된다.

문제는 내진 설계 기준에서 제외되는 저층 구조물이 전체 건물의 80%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1988년 이전 건축물은 물론이고 1988∼2005년 사이에 지어진 3∼5층 건물도 사실상 지진에 무방비로 노출된 상태다.

내진 설계가 적용된 건물 역시 제대로 내진 기능을 갖추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 건축도시공간연구소 관계자는 “지진에 취약한 필로티 형식의 주거용 건축물이 증가하고 있지만 필로티 하중 강화를 위한 특별 지진 하중 적용은 의무화돼 있지 않다”며 “민간 건축물의 경우 기존 건축물의 내진 성능 판별 기준도 없다”고 밝혔다.

정광량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장은 “6층 이하 건물의 경우 구조물 안정성에 대한 구조기술사의 정밀한 확인 없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고 현장에서 설계대로 시공이 이뤄지는지도 의문”이라며 “설계자의 구조안전확인서만 제출하면 인·허가를 받을 수 있지만 사후 모니터링 과정은 부족하다”고 말했다.

김재영 redfoot@donga.com·황태호 / 세종=손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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