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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1B 2대면 김정은 은거지 초토화”… 한미동맹의 응징 경고

입력 | 2016-09-14 03:00:00

[北 5차 핵실험 이후]韓美, 대북압박 본격화




13일 오전 10시 경기 평택시 오산공군기지 동쪽 상공. ‘쿠웅’ 하는 굉음을 내며 거대한 기체 2대가 약 1.5km 간격으로 서서히 진입했다. 이날 새벽 괌 앤더슨 기지를 이륙한 미국의 B-1B 초음속 전략폭격기들이 북한 5차 핵실험에 대한 무력시위를 위해 한국으로 출격한 것. B-1B 폭격기는 지난달 초 미 본토에서 괌 기지로 10년 만에 전진 배치됐다. 한국에 출격한 것은 처음이다.

○ 유사시 김정은 지휘부 최단 시간 내 제거

B-1B 폭격기는 약 300m 고도까지 내려와 기지 상공을 가로지른 뒤 수십 초 만에 서쪽 하늘로 사라졌다. 지상에서도 그 위용을 확인하기에 충분했다. 당장이라도 적진을 향해 날아갈 듯한 날렵한 모양의 기체에서 ‘랜서(Lancer·창기병)’라는 별칭이 실감났다.

이날 B-1B 폭격기의 좌우에선 한국 공군의 F-15K 전투기 4대와 주한 미 7공군 소속 F-16 전투기 4대가 호위비행을 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의 어떠한 도발도 응징할 수 있는 강력한 한미동맹을 상징하는 이벤트”라고 말했다.

최대 속도가 음속의 2배(시속 약 2448km)인 B-1B 폭격기는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폭격기다. 한반도 유사시 괌에서 출격해 2시간 안에 평양을 폭격할 수 있다는 의미다.

폭탄 적재량도 B-52와 B-2 폭격기를 압도한다. 기체 안팎에 최대 60t이 넘는 재래식 정밀유도폭탄(24∼84개)을 실을 수 있다. 주한미군 측은 “B-1B 2대가 한 차례 출격하면 평양의 김정은 은신처 대부분이 초토화될 것”이라며 “최단 시간 내 평양으로 침투해 김정은을 제거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01년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소탕 작전에서 B-1B 6대가 투하한 폭탄과 미사일이 연합군 전체 폭격량의 40%를 기록했을 정도다.

미국 태평양사령부에 따르면 B-1B는 이날 일본 영공에서 항공자위대 소속 F-2 전투기와 요격 훈련을 실시했다. 이후 우리 공군 F-15K 전투기들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경계에서 B-1B 관제 임무를 넘겨받아 호위비행을 했다고 한다.

○ 핵항모와 핵잠 등 전략무기도 줄줄이 출동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 완성 단계라는 초유의 사태 앞에서 미군 전략무기의 일시적 전개가 근본적인 대응이 아니라는 지적도 없지 않았다. 이를 의식한 듯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 사령관은 이날 오산기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핵실험 등 도발에 맞서 단계적으로 군사작전을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전략무기들도 한반도에 투입해 대북 압박 수위를 높여 나가겠다는 얘기다. 북한이 한국을 공격하면 미 본토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전략무기를 총동원해 궤멸시킨다는 메시지를 확실하게 전달한 것이다.

다음 달 서해와 제주 남해상에서 진행되는 한미 연합해상훈련에 핵추진 항모인 로널드레이건함이 참가할 예정이다. 또 전략핵잠수함(SSBN)이나 오키나와 기지의 미 공군 F-22 스텔스 전투기(랩터) 등이 전개될 가능성도 있다. 괌 기지의 B-2, B-52 폭격기도 대북 무력시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전술 핵무기를 실은 두 폭격기는 북한의 핵 도발에 핵으로 보복 응징한다는 미국의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 공약을 뒷받침하는 핵심 전력이다. 군 고위 관계자는 “김정은의 심리적 공포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무기와 배치 방안을 미군 당국과 깊이 있게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 평택=국방부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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