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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연착’ KTX에 치여… 야간 선로작업 2명 사망

입력 | 2016-09-14 03:00:00

평소엔 자정이후 열차 안다니는 김천구미역 상행선에서 사고
코레일 “작업지시 한 적 없다” vs 근로자 “승인 받고 선로 들어가”





13일 KTX 열차와 부딪혀 근로자 2명이 숨진 경부선 김천구미역 근처 사고 현장에서 경찰이 운반용 수레 등 작업 장비를 확인하고 있다. 경북지방경찰청 제공

경북 김천시 경부선 고속철도(KTX) 선로에서 발생한 협력업체 근로자 사망 사고는 열차 운행이라는 기본 정보조차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작업을 하다 빚어진 것으로 보인다. 사고 책임을 둘러싸고 코레일 측은 “작업 지시를 한 적이 없다”라고 하는 반면 근로자들은 “코레일 시설관리직원의 승인을 받고 선로에 들어갔다”며 엇갈린 주장을 하고 있다.

13일 김천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0시 50분경 김천시 모암동 경부선 상행선 방향 김천구미역 인근에서 근로자 4명이 KTX 182호 열차에 치였다. 이 사고로 장모 씨(50) 등 2명이 숨지고 김모 씨(44) 등 2명이 찰과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이들은 모두 시설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코레일 협력업체 S사 소속이다. 당시 근로자 11명은 선로 옆 자갈 교체 작업을 하기 위해 현장으로 가던 중이었다. 사고를 당한 근로자들은 가로 2.5m, 세로 3m 크기의 운반용 수레(트롤리)를 밀다 달려오는 열차를 미처 피하지 못했고, 나머지 7명은 가까스로 참사를 면했다.

해당 구간은 평소 0시 이후엔 열차가 다니지 않는 곳이다. 하지만 12일 경북 경주시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열차가 서행하면서 이 시간까지 운행이 이뤄졌다. 사고를 낸 KTX 182호는 12일 오후 10시 부산역을 출발해 다음 날 0시 40분 김천구미역에 도착했다. 2분간 정차한 뒤 출발한 이 열차는 8분가량 뒤 속도를 높이다 사고를 냈다. 지진이 없었더라면 12일 오후 11시 18분 김천구미역을 출발했어야 할 열차는 1시간 22분가량 지연된 상태였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KTX는 시속 170km로 달렸던 것으로 파악됐다”며 “야간이다 보니 근로자들이 열차 불빛을 보고도 미처 피하지 못할 만큼 순식간에 사고가 난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일단 열차의 지연 운행 사실 전파 및 작업 지시 과정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 현장 근로자와 코레일 관계자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엇갈린 주장의 진위를 밝혀 내면 어느 쪽에 과실이 있는지 가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천=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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