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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살인’ 패터슨, 항소심서도 징역 20년

입력 | 2016-09-14 03:00:00


‘이태원 살인사건’의 진범으로 아서 패터슨(37·사진)을 지목한 법원의 판단은 항소심에서도 달라지지 않았다. 19년 만에 밝혀진 진범 패터슨은 항소심에서도 범행을 끝까지 인정하지 않았고,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용서를 구하지도 않았다.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윤준)는 13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패터슨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패터슨의 항소를 기각하고 징역 20년을 선고한 1심 형량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또 1심과 같이 패터슨을 피해자 고 조중필(당시 22세)을 살해한 진범으로 지목하고 함께 범행 장소에 있던 에드워드 리(37)를 공범으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범행 당시 객관적 사실관계와 범행 이후 정황 등을 종합해 볼 때 범행을 목격했다는 리의 진술에 충분한 신빙성이 있어 패터슨이 피해자를 살해했다는 것을 합리적 의심 없이 인정할 수 있다”며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며 징역 20년의 양형도 적정하다”고 밝혔다. 1심 재판부는 패터슨이 범행 당시 만 18세 미만인 점을 감안해 소년범에게 선고할 수 있는 법정 최고형인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이날 하늘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나온 패터슨은 재판부에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한 뒤 증인석에 서서 판결 내용을 들었다. 재판부가 “패터슨의 진술을 믿기 어렵고 리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는 취지의 말을 통역이 전달하자 패터슨은 고개를 숙인 채 좌우로 흔들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시간은 1997년 4월 3일 오후 10시 5분 영원히 멈췄다”고 운을 뗀 뒤 “패터슨은 별다른 이유 없이 무고한 피해자를 살인했음에도 책임을 리에게 떠넘기고 자신의 억울함만 강변하는 태도를 보이며 피해자와 유족에게 용서를 구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선고 직후 패터슨 측 오병주 변호사는 “과거 거짓말탐지기에서 패터슨의 말이 진실로 나오고 리의 말이 거짓으로 나왔는데 재판부가 이런 과학적 증거를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며 “즉시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피해자 고 조중필의 어머니 이복수 씨(74)는 “이제라도 패터슨이 진범으로 밝혀졌으니 나중에 죽어서 하늘에서 중필이를 만나도 떳떳할 것 같다”고 말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