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작 앨범 ‘Blackstar’서 건반연주 전담한 제이슨 린드너가 본 보위
1월 별세한 팝스타 데이비드 보위. 사망 사흘 전 자전적 뮤지컬 ‘Lazarus’ 개막 행사에 참여했고 이틀 전 새 앨범 ‘Blackstar’를 발매했다. 갑작스러운 비보는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코리아 제공
그는 앨범 발매(1월 8일) 이틀 만에 숨졌다. 일반에 암 투병 사실을 숨겼으므로 그의 사망 소식은 충격이었다. 음반이 곧 유언장이다. ‘Starman’ ‘Life on Mars?’ ‘Ziggy Stardust’에서 별과 외계인에 천착해 온 그가 스스로 검은 별이 되리라는 선언을 담았기 때문이다.
보위의 마지막 앨범에 참여한 미국 건반주자 제이슨 린드너. 제이슨 린드너 제공
녹음 전 보위와 프로듀서 토니 비스콘티(72)가 짜둔 얼개는 치밀했다. “첫 곡 ‘Blackstar’의 인상적인 엇박자 드럼까지 거의 모든 연주 지시가 (보위가 들려준) 데모(시범 녹음)에 이미 다 들어 있었어요.” 넷째 곡 ‘Sue(Or In A Season Of Crime)’는 가장 까다로웠다. 보위는 두 번째 녹음에서 “완전히 다르게 접근해 보자”며 연주자들의 창의력 발현을 독려했다.
녹음 뒤 반 년. 린드너에게 한 통의 이메일이 날아들었다. 발신자는 보위. ‘좋은 소식이 있습니다. 우린 이 앨범을 ‘Blackstar’라 부르기로 했어요….’
올 1월 8일, 앨범이 발매되자 린드너는 크게 놀랐다. “많은 편집으로 원래 연주를 변형하는 게 팝 음반 제작의 다반사인데, 9분 57초짜리 대곡 ‘Blackstar’에도 우리 연주가 훼손되지 않고 고스란히 담겨 있었거든요.”
이틀 뒤 보위의 별세 뉴스를 접하고 린드너는 촛불을 켜둔 채 울면서 ‘Blackstar’ 앨범을 끝없이 들었다고 했다. “그제야 앨범 제목의 의미를 깨달았죠. 그날 이후 그 음반을 들을 수 없었어요. 너무 슬펐으니까.”
대구=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