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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보위가 세상에 준 ‘마지막 선물’… 들을 수 없었어요, 너무 슬퍼서”

입력 | 2016-09-14 03:00:00

유작 앨범 ‘Blackstar’서 건반연주 전담한 제이슨 린드너가 본 보위




1월 별세한 팝스타 데이비드 보위. 사망 사흘 전 자전적 뮤지컬 ‘Lazarus’ 개막 행사에 참여했고 이틀 전 새 앨범 ‘Blackstar’를 발매했다. 갑작스러운 비보는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코리아 제공

올해 1월 세상을 뜬 팝스타 데이비드 보위(1947∼2016)의 ‘Blackstar’는 대중음악사에서 가장 불가사의한 유작이다.

그는 앨범 발매(1월 8일) 이틀 만에 숨졌다. 일반에 암 투병 사실을 숨겼으므로 그의 사망 소식은 충격이었다. 음반이 곧 유언장이다. ‘Starman’ ‘Life on Mars?’ ‘Ziggy Stardust’에서 별과 외계인에 천착해 온 그가 스스로 검은 별이 되리라는 선언을 담았기 때문이다.

보위의 마지막 앨범에 참여한 미국 건반주자 제이슨 린드너. 제이슨 린드너 제공

‘Blackstar’에서 건반 연주를 전담한 미국 재즈 피아니스트 제이슨 린드너(43)를 최근 열린 대구국제재즈축제에서 만났다. 보위의 말년에 관해 들을 수 있었다. 그는 “보위는 연주자들에게도 투병 사실을 숨겼다”며 “당시 ‘Blackstar’(7곡 수록)에 들어가지 않은 5곡을 더 녹음했고, 보위가 별세 전 연락해 ‘여러 곡 더 썼으니 한 번 더 모여 연주해 달라’고 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린드너가 본 보위는 빈틈없는 다빈치적 인물이다. “그와 만난 첫날을 기억합니다. 워밍업도 없이 바로 목소리 녹음에 들어가더군요. ‘자, 준비들 됐나요? 오케이, 가죠!’ 노래가 시작되면 그는 딴 사람이 됐어요. 마치 노래가 이렇게 말하는 듯했죠. ‘이건 우리 생애 마지막 연주야. 그러니 모든 걸 쏟아붓자고!’ 유머 감각도 대단했고 음악 출판 철학 문학 무용…. 모든 예술 분야에 놀랍도록 정통했어요.”

녹음 전 보위와 프로듀서 토니 비스콘티(72)가 짜둔 얼개는 치밀했다. “첫 곡 ‘Blackstar’의 인상적인 엇박자 드럼까지 거의 모든 연주 지시가 (보위가 들려준) 데모(시범 녹음)에 이미 다 들어 있었어요.” 넷째 곡 ‘Sue(Or In A Season Of Crime)’는 가장 까다로웠다. 보위는 두 번째 녹음에서 “완전히 다르게 접근해 보자”며 연주자들의 창의력 발현을 독려했다.

녹음 뒤 반 년. 린드너에게 한 통의 이메일이 날아들었다. 발신자는 보위. ‘좋은 소식이 있습니다. 우린 이 앨범을 ‘Blackstar’라 부르기로 했어요….’

올 1월 8일, 앨범이 발매되자 린드너는 크게 놀랐다. “많은 편집으로 원래 연주를 변형하는 게 팝 음반 제작의 다반사인데, 9분 57초짜리 대곡 ‘Blackstar’에도 우리 연주가 훼손되지 않고 고스란히 담겨 있었거든요.”

이틀 뒤 보위의 별세 뉴스를 접하고 린드너는 촛불을 켜둔 채 울면서 ‘Blackstar’ 앨범을 끝없이 들었다고 했다. “그제야 앨범 제목의 의미를 깨달았죠. 그날 이후 그 음반을 들을 수 없었어요. 너무 슬펐으니까.”

린드너는 “보위의 특별한 점은 암과 싸우면서 맞닥뜨린 공포, 분노, 혼돈, 절망에서 강렬한 영감을 받고 그것을 모조리 예술로 승화시켰다는 것”이라고 했다. “여느 예술가라면 가족과 집에서 조용히 죽음을 기다렸겠죠. 하지만 그는 세상에 특별한 선물을 남겼어요. 죽음과 삶을 잇는 다리 같은 것…. 그는 진정으로 용감한 사람이었어요.”
 
대구=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