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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입양인 “한가위의 기적은 언제쯤…”

입력 | 2016-09-14 03:00:00

‘한국 이름 박진태’ 제이스씨… “친모가 만든 잡채 먹고싶어”




13일 서울 종로구 ‘뿌리의 집’ 마당에 제이스 박 디베리 씨(왼쪽)와 게스트하우스를 관리하는 김창선 씨가 밝은 표정으로 나란히 서 있다. 김단비 기자 kubee08@donga.com

“저는 1989년 11월 14일 대구 달성에서 태어났습니다. 한국 이름은 박진태입니다.”

태어난 지 하루 만에 입양원에 맡겨지고 한 달 만에 낯선 미국으로 입양된 한국계 미국인 제이스 박 디베리(Jase park Deberry·28) 씨가 올 8월 한국을 다시 찾았다. 친어머니로 추정되는 여성을 찾았다는 입양원의 연락을 받고 나서다. 그는 입양원이 알려준 주소로 편지를 보냈지만 13일까지 답장은 오지 않았다. 편지의 수신인이 실제 친모가 아니거나 혹은 친모가 만남을 거부하는 경우일 수 있다.

“추석을 같이 보낼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제이스 씨 얼굴에서 아쉬움이 묻어났다. 그는 성묘, 차례 지내는 방법 등을 인터넷으로 검색해 봤다고 한다. 28년 만에 만나는 친어머니와 어색함 없이 추석을 보내고 싶은 그의 작은 바람이자 노력이었다. 제이스 씨가 머물고 있는 서울 종로구 청운동 ‘뿌리의 집’은 친부모를 찾아 나선 해외 입양인이 생활하는 게스트하우스다. 김도현 목사 부부가 운영하고 있다. 이날 또 다른 한국계 미국인 지니 씨(40)가 친모가 있는 광주로 가기 위해 아침 일찍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로 향했다. 숙소를 나서기 전에 전날 개통한 휴대전화로 친모에게 전화를 걸어 주소를 받아 적었다.

이날 오전 뿌리의 집은 친부모와 함께 명절을 보내기 위해 숙소를 나서는 입양인들과 잡채, 육전 등 명절 음식을 만들며 파티 준비로 분주한 입양인들로 어수선했다. 순식간에 온 집안에 고소한 잡채 냄새가 퍼졌다. 잡채는 제이스 씨가 가장 먹고 싶었던 명절 음식이다. 이번 추석에는 친어머니가 만든 잡채를 먹을 수 없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는다. 제이스 씨는 “어머니가 용기를 내서 먼저 찾아주길 바란다”며 “다음 명절에 이곳으로 어머니를 초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단비 기자 kubee0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