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식 한국건설기술연구원장
피부로 느꼈던 지진 불안
우리나라에서도 ‘일본의 경우와 같이 대규모의 지진 피해 가능성을 대비해야 하지 않는 가’에 대한 논쟁은 성급한 면이 있지만, 한반도가 더는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에는 대체로 의견이 일치하는 것 같다.
그런데 국민안전처는 이번 지진 발생 후 재난경고 문자를 발송하였으나 시간은 늦었고 내용은 부실했다.
게다가 지진재해 대책의 일환으로 지정된 지진 대피소의 절반은 내진설계가 되어 있지 않거나, 수용 가능 인원이 부산지역 기준으로 3.97%에 불과해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학교 시설의 내진설계율은 22.6%, 공공 건축물은 20.7%이며, 민간 건축물은 30.3%로 일본 82%에 비해 매우 열악한 수준이다.
정부는 지진 발생 시 조기 경보 시간을 현재 50초에서 2020년까지 10초(일본은 5초)로 단축할 계획이지만 국민안전처의 올해 지진 관련 예산은 10억 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일본의 경우 ‘자연재해대책기본법’에 근거하여 재해 예방, 복구 및 지역 방재계획 수립의 기본이 되는 방재기본계획을 수립해 시행하고 있다. 이러한 계획에는 지진, 해일을 비롯한 총 13개의 재해에 대한 대책을 포함하고 있으며, 각 재해 대책은 예방, 응급대책, 재해복구 순으로 매우 상세하다.
일본의 지진재해 응급대책에는 정보 전달 체계, 긴급 수송, 물자 조달, 라이프라인 시설의 기능 확보, 보건위생, 사회질서 유지와 같이 오랜 재해의 경험에서 나오는 실효적인 대비책이 마련되어 있다. 예를 들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에게 지진에 관한 교육을 시행하는데, 생필품의 준비나 부상 방지책은 물론이고 반려동물 등 매우 세세한 부분까지 거론하고 있다. 또한 주요 통신수단이 작동하지 않을 경우 가족이 서로 안부를 확인할 방법을 결정하라고 명시되어 있기도 하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어느 날 갑자기 대규모의 재난재해가 발생했을 때 ‘교통통신이 두절된 상태에서 가족과 어떻게 연락을 해야 하나’ 하는 단순한 대비책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우리나라도 지진·화산재해대책법에 따라 5년마다 지진방재종합계획을 수립하도록 되어 있지만, 지진방재 정책의 기본 방향이나 지진방재 업무의 발전 방향 등 주로 선언적이고 형식적인 내용에 그치고 있어 지진재해에 대비한 단계별 실효적인 국가 대응 시스템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피해예측-대피 매뉴얼 보급해야
정부는 지진방재 개선 대책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관련 법령과 제도를 조기에 정비하고 점검할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위해 지진·화산재해대책법 등 법률 개정을 국회에서 논의하고 하위 법령과 매뉴얼도 조기 정비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지진 대비 태세를 보다 근본적으로 강화하기 위해서는 범국가적 국민재난안전포럼을 조직하여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지진방재 종합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또한 반복적인 재난대피 교육훈련을 통해 국민의 지진 대비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민간에서도 실효적인 민방위 대응 시스템을 조속히 구축해야 할 것이다.
이태식 한국건설기술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