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택동 정치부 차장
이는 4, 5일 항저우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중국 당국이 주민들에게 일종의 ‘소개(疏開)령’을 내린 까닭이다. 중국 정부는 보안과 교통, 공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민들에게 휴가비를 줘가면서 다른 지역으로 떠나도록 했다고 한다.
국가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인구 900만의 대도시를 ‘유령 도시’처럼 만들 수 있는 나라가 중국이라는 것을 목격하면서 기이하면서도 불편한 느낌이 들었다. 우리가 이런 국가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 등을 놓고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는 현실이 무겁게, 무섭게 느껴졌다.
그런데도 시 주석은 “미국이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는 것을 반대한다”고 재확인했다. 9일 북한이 5차 핵실험을 강행한 뒤에도 중국 관영매체들은 “사드가 핵실험의 원인”이라는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며 박 대통령의 출국 하루 전 정세균 국회의장이 사드 배치와 관련해 “국론은 분열되고 국민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고 비판한 발언이 떠올랐다.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에서 한 얘기겠지만 국가 의전서열 2위인 국회의장의 발언을 중국은 어떻게 받아들였을지, 한국의 대중(對中) 협상력을 떨어뜨리지 않았을지 걱정이 됐다.
일본 역시 한일 간 공동 관심사인 북핵·미사일 대응을 제외한 현안에 대해선 철저하게 국익에 따라 움직였다. 7일 한일 정상회담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박 대통령 앞에서 소녀상 철거를 요구했다고 일본 측이 밝혔다. 한일 관계가 개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국민이 가장 민감해하는 이 문제에 대한 언급을 피할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정상회담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에 대해 논의했다는 내용도 일본 언론이 먼저 보도했다. 2012년 ‘밀실 추진’ 논란으로 한바탕 홍역을 겪은 사건이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한국인들의 국민감정을 자극할 수 있는 발언도 빼놓지 않고 하고, 이를 언론을 통해 알리는 게 일본이었다.
우리가 사회주의 체제인 중국처럼 한목소리를 낼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국익을 놓고 치열한 외교전을 벌이고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비판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본다. 정치적 이익을 국익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는 것은 경계해야 할 일이지만 국익보다 정치적 이익이 먼저라고 생각하는 것은 더욱 경계해야 한다.
장택동 정치부 차장 will7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