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시문 1> 서양의학은 치료를 통해 환자를 단 1분이라도 더 연명시키는 것을 우선으로 한다.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일이 의사의 첫 번째 임무이므로 환자의 죽음은 패배로 간주된다. 현대사회에서는 죽음을 이런 식으로 보는 사고방식이 주류를 이뤄왔다. 의사와 간호사는 치료에만 신경 쓸 뿐, 더 이상 치료할 수 없는 말기환자들이 겪는 정신적 불안과 고통을 어떻게 해야 덜어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방법을 알지 못한다. 더 이상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상태에서 환자를 편안하게 죽을 수 있도록 돌보는 일은 무시되는 경우가 많다. 또 의사와 간호사들은 환자가 죽는 마지막 순간까지 보살피는 교육을 받아 본 일도 거의 없다. 그러나 삶의 질은 단지 ‘살아 있는 시간의 길이’라는 양적인 측면으로만 측정될 수는 없다. (중략) 차가운 의료기계에 둘러싸인 채 단지 육체적으로 오래 연명하는 것보다, 마지막 순간까지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유지하면서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는 것이 다른 무엇보다 중요하다. 남은 인생을 덜 고통스럽게 보내면서 자기 인생을 정리하고 정신적으로 평온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임종환자들의 가장 큰 바람일지 모른다. 말기환자의 극단적인 불안 심리를 진정시키고 얼마 남지 않은 인생을 가치 있게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 (중략) 삶의 마지막 과정에 있는 사람은 누구든지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사람과 함께, 원하는 방식으로 편안한 죽음을 맞이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제시문 2∼5는 생략
[문제 2] 아래의 <자료 1>과 <자료 2>는 서로 다른 두 집단에서 불치병으로 인한 생명연장치료가 바람직하지 않은 이유에 대한 의식조사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각 집단의 의식조사 결과들 각각이 [문제 1]의 두 입장 중 어느 입장을 지지하는지 밝히고, 이를 이용하여 <자료 3>이 보여주는 안락사에 대한 견해의 변화를 설명하시오.(30점)
[문제 3] 아래 <보기>의 정책에 대해 찬성과 반대 중 오직 한 입장을 취하고, [문제 1]의 두 입장을 모두 활용하여 그 입장을 정당화하시오.(40점)
<보기> 말기암 가정 호스피스·완화의료 시범사업이 2016년도 3월부터 전국 병의원 17곳에서 실시된다. 말기암 환자에 대한 호스피스 서비스의 경우 지금까지는 의료보험 혜택이 적용되지 않아 호스피스 고용이 부담스러웠지만, 이제부터는 말기암 환자들이 의료보험의 지원으로 사회복지사, 호스피스, 의사, 간호사까지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출제의도 및 해설
[문제 1] 수험생들이 안락사 이슈를 다양한 입장에서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가를 평가한다. 안락사에 대한 찬반 입장을 분류하는 문제가 아니라, 찬성하는 입장 내에서 자율적이고 주체적인 개인의 존엄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근거에서 찬성하는 입장과, 개인보다는 공동체의 번영과 행복을 중시해야 한다는 근거에서 찬성하는 입장으로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을 평가한다.
[문제 2] 수험생들이 집단별로 안락사에 대한 견해의 차이를 보여주는 자료를 해석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사회에서 안락사에 대한 견해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지를 평가한다. 여기서 수험생이 주의해야 할 점은 사회에서 안락사의 비율이 높아졌다든가 같이 정확하지 않거나 문제와 관련이 없는 설명을 포함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문제 3] <보기>에 제시된 정책에 대한 찬성과 반대 중 하나의 입장을 선택한 다음, [문제 1]의 입장 중 하나를 활용하여 자신의 입장을 정당화하는 능력을 평가한다. 안락사를 찬성하는 두 가지 입장 중 하나를 수험생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허용함으로써, 어떤 입장을 선택하든 자신의 견해를 정당화할 수 있는 논리적 근거 제시 능력을 평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