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모델-TV앵커 출신 40대… 이중국적 논란 딛고 野 첫 여성대표로 도쿄도지사-방위상 이어 새 바람… 한자릿수 黨지지율 극복 과제
일본의 최대 야당인 민진당 대표에 렌호(蓮舫·49) 대표대행이 선출됐다. 7월 말 당선된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64) 도쿄 도지사와 지난달 임명된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57) 방위상에 이어 보수적인 일본 정계에 ‘여성 트로이카’ 시대가 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진당은 15일 도쿄(東京)의 한 호텔에서 임시 당대회를 열고 렌호 대행을 당 대표로 선출했다. 렌호 대행은 득표를 점수로 환산해 총 849점 중 과반인 503점을 얻어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전 외상(230점)과 다마키 유이치로(玉木雄一郞) 민진당 국회대책부위원장(116점)을 따돌렸다. 여성이 대표가 된 것은 지난해 발족한 민진당은 물론이고 전신인 민주당(1998년 창당)을 통틀어 처음이다.
렌호 대표는 대만 출신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광고 모델과 뉴스 앵커 등을 거쳐 2004년 정계에 입문했다. 뛰어난 외모와 패션 감각으로 스타 정치인이 됐다. 2010년에는 도쿄에서 전국 최다 득표 기록을 세웠다. 이번 당 대표 선거에서도 도쿄에서 몰표를 받으며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간 나오토(菅直人) 내각에서 행정쇄신담당 장관을 지냈다.
하지만 앞에는 과제가 산적해 있다. 한 자릿수에 불과한 민진당 지지율을 높여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대항 세력으로 키우는 일이 시급하다. 마이니치신문은 “(당선은) 선거의 얼굴을 우선한 결과”라며 “얼굴이 바뀌어도 정책면이나 야당과의 공조 등 당 운영에서 독자 색깔을 내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렌호 대표는 16일 첫 행보로 당의 2인자 간사장에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전 총리를 임명했다가 당 내외에서 ‘자민당에 정권을 내준 주범을 다시 기용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전 대표를 두고 ‘시시한 남자’라고 말하고, 경쟁 후보에게 ‘남자라면 울지 말라’며 반말을 하는 등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직설적 화법이 논란이 될 가능성도 있다.
사상 첫 ‘여성 총리’의 가능성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이나다 방위상은 아베 총리의 정치적 후계자로 꼽힌다. 야당 재건에 성공할 경우 렌호 대표도 차기 또는 차차기 총리 자리를 내다볼 수 있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