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회사 형태의 민간기업인 한국거래소 이사장에 친박(친박근혜) 인사가 낙하산으로 내려갈 가능성이 커졌다. 12일 거래소가 신임 이사장 공모 접수를 마감한 결과 2012년 대통령 선거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에 참여한 정찬우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의 응모가 확인됐다. 전직 기획재정부 고위 관료 등 총 5명이 신청서를 낸 반면 연임을 추진하던 최경수 현 이사장은 공모에 참여하지 않았다. 금융권의 대표적인 친박 인사 밀어주기에 청와대가 나섰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청와대는 정피아든 관피아든 실력만 있으면 그만이라고 여길지 모른다. 그러나 정 전 부위원장이 서민금융 등 정책금융 전문가라고는 해도 거래소와 증권사를 중심으로 한 자본시장에 정통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부위원장 재직 당시 한국 금융의 수준을 높이기보다 금융계 낙하산 인사를 주무르는 정무적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오죽하면 ‘금융계의 우병우 민정수석’이니 ‘청와대 핫라인’이니 하는 별명까지 붙었겠나. 정권과 코드를 맞춰 온 정 전 부위원장이 거래소 이사장에 선임된다면 증시 부양과 투자 위험 관리라는 상충하는 조직 목표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어렵다. 청와대 요구를 따르는 식의 거래소 운영으로 개미 투자자가 피해를 본다면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더구나 거래소는 지난해 자본시장법 개정과 공공기관 지정 해제로 글로벌 거래소와 무한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관료의 재취업을 제한한 현행 공직자윤리법 적용 대상에서 거래소가 제외된 점만 보고 낙하산 인사를 보내는 것은 염치없는 일이다. 최고의 자본시장 전문가를 수장으로 모셔도 모자랄 판에 관피아와 공생하며 임금만 ‘신의 직장’으로 유지할 작정인지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