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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북핵 못 막은 반기문 유엔총장, 대통령 되면 막을 수 있나

입력 | 2016-09-18 00:00:00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올해 말 임기를 마치면 내년 1월 초중순 귀국해 대통령과 국민 앞에 보고할 기회를 갖는다고 한다. 15일(현지 시간) 방미 중인 정세균 국회의장 및 여야 원내대표들과의 면담에서 밝힌 내용이다. 김종필 전 국무총리는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통해 반 총장에게 “결심한 대로 하되 이를 악물고 해야 한다. 혼신의 힘을 다해 돕겠다”는 메시지를 담은 친서까지 전했다고 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 후보군 중 1위를 달리면서도 미국에 있는 반 총장으로선 마음이 급할 수도 있다. 그가 여권 잠재 후보로 첫손에 꼽히는 것은 새누리당에 문재인, 안철수 등 야권 대선주자에 필적할 만한 사람이 없는 데다 유엔 사무총장의 경험을 살려 북핵 문제 등을 잘 해결하리라는 기대 때문일 것이다. 반 총장도 13일 AP통신 회견에서 “퇴임 후 북한과의 화해 증진을 돕는 데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 의장이 “북한에 대한 새롭고 창의적인 접근이 필요한 지금 시점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유엔 차원의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도움을 요청한다”고 말한 자리에서 반 총장이 당초 계획보다 두어 달 앞당긴 대선 행보를 밝힌 것을 선뜻 반기기는 어렵다. 북핵 해결보다 대선에 더 마음을 두는 태도가 역력해 보여서다. 그는 정 의장 일행에게 “(대북) 제재는 대화를 위해서 필요한 것”이라는 말까지 했다. 제재 국면에서 성급한 대화 언급을 함으로써 북이 국제사회의 대응을 오판하게 만들까 걱정스럽다.

반 총장의 10년 임기 중 북한은 2∼5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그때마다 반 총장은 안보리 상임이사국들과 함께 대북제재 성명과 결의를 채택하는 데 관여했지만 북의 핵개발을 막지도, 외교적 해법을 도출해 내지도 못했다. 방북을 추진했다가 김정은에게 막판에 퇴짜를 맞은 적도 있다. 그러면서도 기자회견에서 “북한을 국제사회로 나오게 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나의 모든 구상들은 한반도 긴장 고조로 인해 조건이 충분히 성숙하지 않은 탓에 구체화될 수 없었다”고 해명했으니 답답하다. 그 ‘조건’을 만들고 자신의 구상을 실현해내는 것이 바로 유엔 사무총장을 비롯한 리더가 할 일인 것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5월 반 총장이 “가장 우둔한 역대 최악의 총장 중 한 명”이라고 혹평했다. 강대국과 맞서는 것을 꺼린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그런 반 총장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조차 트집 잡는 중국, 러시아에 당당히 맞서 국가 안보를 지킬 정치적 역량을 지녔는지 확신하기 어렵다. 반 총장이 대선에 나설 생각이라면 퇴임 전 북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수 없도록 유엔의 대북제재부터 획기적으로 강화해 국민의 평가를 받기 바란다. 강대국이 비토하지 않는 무난한 이미지만으로는 대한민국을 국난에서 구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