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올해 말 임기를 마치면 내년 1월 초중순 귀국해 대통령과 국민 앞에 보고할 기회를 갖는다고 한다. 15일(현지 시간) 방미 중인 정세균 국회의장 및 여야 원내대표들과의 면담에서 밝힌 내용이다. 김종필 전 국무총리는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통해 반 총장에게 “결심한 대로 하되 이를 악물고 해야 한다. 혼신의 힘을 다해 돕겠다”는 메시지를 담은 친서까지 전했다고 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 후보군 중 1위를 달리면서도 미국에 있는 반 총장으로선 마음이 급할 수도 있다. 그가 여권 잠재 후보로 첫손에 꼽히는 것은 새누리당에 문재인, 안철수 등 야권 대선주자에 필적할 만한 사람이 없는 데다 유엔 사무총장의 경험을 살려 북핵 문제 등을 잘 해결하리라는 기대 때문일 것이다. 반 총장도 13일 AP통신 회견에서 “퇴임 후 북한과의 화해 증진을 돕는 데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 의장이 “북한에 대한 새롭고 창의적인 접근이 필요한 지금 시점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유엔 차원의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도움을 요청한다”고 말한 자리에서 반 총장이 당초 계획보다 두어 달 앞당긴 대선 행보를 밝힌 것을 선뜻 반기기는 어렵다. 북핵 해결보다 대선에 더 마음을 두는 태도가 역력해 보여서다. 그는 정 의장 일행에게 “(대북) 제재는 대화를 위해서 필요한 것”이라는 말까지 했다. 제재 국면에서 성급한 대화 언급을 함으로써 북이 국제사회의 대응을 오판하게 만들까 걱정스럽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5월 반 총장이 “가장 우둔한 역대 최악의 총장 중 한 명”이라고 혹평했다. 강대국과 맞서는 것을 꺼린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그런 반 총장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조차 트집 잡는 중국, 러시아에 당당히 맞서 국가 안보를 지킬 정치적 역량을 지녔는지 확신하기 어렵다. 반 총장이 대선에 나설 생각이라면 퇴임 전 북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수 없도록 유엔의 대북제재부터 획기적으로 강화해 국민의 평가를 받기 바란다. 강대국이 비토하지 않는 무난한 이미지만으로는 대한민국을 국난에서 구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