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폐막식을 앞둔 2016 리우 패럴림픽은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은 장애인 선수들의 도전 그 자체로 주목받았다. 북핵 위기와 지진에 묻힌 감은 있지만 뭉클한 인간 승리와 함께 부부란 무엇인지 일깨워준 사연들이 기억에 남는다. 런던 패럴림픽에 이어 유도 100kg급에서 2연패를 차지한 최광근 선수(29). 시상식 직후 응원석으로 쏜살같이 달려가 아내 권혜진 씨(37)의 목에 금메달을 걸어줬다. “부족한 나와 결혼해줘서 고맙다.” “그 어떤 남자보다 부족함 없는 남편이다.” 눈물어린 포옹 속에 짧은 대화가 오갔다.
▷최 선수는 고교 시절 훈련 도중 상대의 손가락에 찔려 왼쪽 눈을 실명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오른쪽 눈은 고도난시였다. 런던 패럴림픽에서 최 선수는 대한장애인체육회 직원인 아내와 만나 사랑에 빠졌다. 서울대 대학원을 나온 비장애인과 장애인 유도 선수의 결혼은 예상대로 강력한 반대에 부닥쳤다. 이들은 물러서지 않았고 2015년 결혼반지도 없이 조촐한 결혼식을 올렸다. 그때 못해준 반지 대신 ‘금메달 선물’을 결심했던 남편은 지옥 같은 훈련을 이겨내고 약속을 지켰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