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보트를 타고 상어 잡는 법/모르텐 스트뢰크스네스 지음/배명자 옮김/344쪽·1만4000원·북라이프
저자와 함께 그린란드상어잡이에 나선 후고. 아티스트인 후고는 그린란드상어를 잡으면 간에서 기름을 짜 페인트에 섞은 뒤 리모델링 중인 생선공장을 칠하고 상어를 이용해 예술 프로젝트도 진행할 계획이었다. ⓒMorten Strøksnes
그린란드상어를 잡기 위해 두 사내가 의기투합했다. 노르웨이의 역사학자, 모험가, 저널리스트인 저자와 아티스트인 후고 오스요르. 이 책은 이들이 그린란드상어를 잡기 위해 1년간 북대서양, 정확히는 노르웨이 북쪽의 로포텐 제도에 머물렀던 시간을 담았다. 실제 상어를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르고, 고무보트가 뒤집혀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그렇기에 이 책은 무모한 도전기이자 탐험기이면서 바다에서 태고와 같은 적막한 시간을 보내며 자연과 자신, 삶과 문학을 떠올리는 사색기이기도 하다.
이들은 왜 그토록 그린란드상어잡이에 사로잡혔을까. 상어잡이를 먼저 제안한 이는 후고였다. 고래를 잡았던 후고의 아버지는 선원들이 죽은 고래를 손질하는 동안 그린란드상어가 심해에서 올라와 고래의 비곗덩어리를 삼키는 모습을 자주 목격했다. 한 번은 상어를 작살로 잡아 배로 끌어올렸는데 상어가 갑판 위의 고래 고기 큰 덩이를 하나 꿀꺽 삼켰단다. 죽기까지 몇 시간 동안 선원들을 지켜봐 모두를 오싹하게 만들었다는 이 이야기는 후고의 판타지를 키웠다.
‘그린란드상어는 바다 밑바닥에서 자는 물범을 잡아먹는대, 그린란드상어의 위에서 통째로 삼킨 물범 한 마리와 커다란 대구 8마리, 여러 조각의 고래 비곗덩어리가 나왔대, 상어의 살에는 독이 있어 이누이트족이 개 먹이가 없을 때 먹였는데 개들이 환각에 빠지거나 온종일 몸이 마비됐대….’
하지만 그린란드상어는 초짜 상어 낚시꾼들에게 잡힐 만큼 호락호락한 녀석이 아니었다. 미끼를 물었는가 싶었는데 아니었다. 실망하는 시간과 함께 사색에 잠기는 시간이 점점 늘어간다. 저자는 정색하고 후고에게 묻는다. 왜 그린란드상어를 잡고 싶으냐고. 후고는 답한다.
덴마크 코펜하겐대 연구진이 잡은 그린란드상어. 동아일보DB
저자도 스스로에게 묻는다. ‘호기심을 채우고 두려움에 직면하는 것이 그렇게도 중요한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는 이에게 왜 그토록 그것을 가지려 하는지 근본적인 이유를 생각하게 만드는 질문이기도 하다.
‘그때부터 나는 시의 바다에서 헤엄쳤네/젖빛 나는 별들이 잠기고, 푸른 창공을 삼킨 바다….’
아르튀르 랭보의 시 ‘취한 배’다. 랭보는 이 시를 16세 때 썼는데 그때까지도 바다를 본 적이 없다고 한다. 지난해 ‘노르웨이 최고의 책’으로 선정됐고, 노르웨이 최고 문학상인 ‘브라게상’을 비롯해 ‘비평가상’을 받았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