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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우코크의 얼음공주’가 전하는 생생한 고대 알타이의 모습

입력 | 2016-09-18 03:00:00

◇알타이 초원의 기마인/N.V. 폴로스막 지음/강인욱 옮김/296쪽·2만3000원·주류성




중국과 몽골, 러시아 접경지대에 있는 알타이 고원지대는 오래전부터 우리 고고학계의 관심을 받아 왔다. 이곳에서 경주의 적석목곽분처럼 시신을 안치한 목곽 위에 거대한 돌무지를 쌓은 무덤군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이른바 러시아의 ‘파지릭 고분’이다. 무기와 마구(馬具), 금으로 만든 장식 등을 함께 매장한 것까지 서로 닮았다. 고고학계는 파지릭 고분을 비롯한 중앙아시아의 유목문화가 신라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본다.

이 책은 러시아 알타이 우코크 고원의 고분들을 1990년대 직접 발굴한 저자가 썼다. 발굴 도면과 각 유물에 대한 해설, 당시 주민들의 정신문화까지 다양한 내용을 담았다. 이 중 일반에 ‘우코크의 얼음공주’로 알려진 여성 미라의 고분이 인상적이다. 1995년 국립중앙박물관의 ‘알타이 문명전’에 전시된 바로 그 미라다.

미라가 묻힌 무덤은 영구 동토층의 얼음에 조성된 덕에 시신은 물론이고 모자, 직물, 의류, 음식 등 유기물질이 고스란히 남았다. 심지어 시신의 피부조직에 새겨진 문신까지 생생하게 알아볼 수 있을 정도다. 이를 통해 고대 알타이 주민들의 습속과 문화를 자세히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온대지방의 저습지처럼 북방고고학자들에게 영구동토층은 유물의 보고(寶庫)인 셈이다.

재밌는 건 일반적으로 남성 우위인 유목문화에서 여자를 묻은 고분은 드문데 이 미라는 남편도 없이 홀로 동떨어져 묻혀 있었다는 점이다. 시신은 고급 실크 블라우스를 입고 있었고 말 여섯 마리와 함께 매장됐다. 게다가 우코크 고원은 아무나 거주할 수 없는 일종의 특수공간이었다. 저자는 이 독특한 여성의 정체를 사제(무당)로 파악하고 있다. 북방고고학을 전공한 역자가 쓴 해제에는 여사제의 출생부터, 유방암으로 인한 사망, 미라 처리 등 수개월에 걸친 장례 과정이 생생하게 재현돼 눈길을 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