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의 기술―의지의 발견에 대하여/페터 비에리 지음/문항심 옮김/488쪽·1만7000원·은행나무
자유 의지에 관해 묻는 이 책의 저자는 독일의 철학자로 영화 ‘리스본행 야간열차’의 원작소설 저자와 같은 이다. 책은 아마데우처럼 항상 선택 앞에 서는 우리가 자유로운 의지로 삶을 살아내기 위한 지침을 보여주려 한다. 저자는 책에서 도스토옙스키의 장편 ‘죄와 벌’에 나오는, 전당포 노파를 죽인 대학생 라스콜리니코프에 대한 가상의 재판을 벌인다.
“제 과거 역사가 저를 노파를 죽이도록 숙고하게 만들었고, 오랜 숙고 끝에 노파를 죽이겠다는 의지가 생긴 겁니다. 그것을 막을 수 있는 어떤 방법도 제겐 없었습니다. 저는 살인을 원해야 했던 겁니다.”(라스콜리니코프)
재판관이 라스콜리니코프의 항변을 논파하는 가운데 우리가 처한 상황, 제약, 조건은 자유를 제약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나의 자유로운 의지와 결정을 가능케 하는 것임이 드러난다. 선택 앞에서 우리는 숙고를 해야 하고,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내적 간격’과 다양한 결과를 상상해 보는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사실 좀 뻔한 주제일 수도 있지만 철학책치고 비교적 대중적으로 쓰인 게 장점이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