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5차 핵실험 이후]멀린 前합참의장 “자위적 측면 고려” 5차 핵실험 이후 근본 해결책 제기… 안보리 상임 5개국 “북핵 규탄” 성명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초대 합참의장(2007∼2011년)을 지낸 마이크 멀린(사진)은 16일(현지 시간) 워싱턴 미국외교협회(CFR)가 주최한 ‘북한에 대한 선택―동북아 안정을 위한 중국의 역할’ 보고서 발간 토론회에서 “북한이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에 아주 근접하고 실질적으로 미국을 위협한다면 자위적 측면에서 북한을 선제타격할 수 있다고 본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북한의 5차 핵실험 후 워싱턴 외교가에서 대북 선제타격론이 제기된 것은 처음이다.
멀린 전 의장은 “이론적으로 (북한 미사일) 발사대나 과거 발사했던 곳을 제거할 수 있다. 미국은 충분히 (군사적) 대응을 할 능력이 있다”며 “선제타격은 다양한 잠재적 옵션의 하나이며, 김정은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린 문제”라고 말했다. 과거 미국은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인 1994년 제1차 북핵 위기가 발생하자 북한 영변 핵시설에 대한 외과수술식 폭격을 심각하게 검토한 바 있다.
이번 보고서는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정책인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는 북한의 연쇄 도발을 막아내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동북아의 안정도 담보해 내지 못했다”며 실패로 규정했다. 이 보고서는 멀린 전 의장이 샘 넌 전 상원의원과 공동으로 대표 집필했으며 지난해까지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을 지낸 에번 메데이로스 유라시아그룹 아시아실장, 빅터 차 CSIS 한국석좌, 월터 샤프 전 주한미군사령관 등이 참여했다. 한 외교소식통은 “4차 핵실험 후 2월 채택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안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별로 달라진 것이 없는 만큼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근본적인 해결책을 거론하는 목소리가 많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과 중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P5) 대표들은 14일부터 이틀간 미 워싱턴에서 제7차 핵무기 보유 5개국(P5) 회의를 열고 북한의 5차 핵실험을 강력히 규탄했다. 미국 상원에선 북한의 5차 핵실험을 규탄하는 결의안이 15일 제출됐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