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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살기 힘든데 북핵-지진불안 겹쳐”… 한숨 커진 추석밥상

입력 | 2016-09-18 03:00:00

[싸늘한 추석 민심]與野 4인이 전한 영호남 민심




정치인들이 느낀 올해 추석 민심도 싸늘했다. 민생고(民生苦)와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더해 추석 직전 발생한 ‘9·12 지진’으로 안전까지 위협받았기 때문이다. 동아일보는 17일 4·13총선에서 지역주의의 벽을 깼던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전남 순천)와 정운천 의원(전북 전주을), 더불어민주당 김부겸(대구 수성갑), 김영춘 의원(부산 부산진갑)에게 영·호남 추석 민심을 들어봤다. 정치권에 대한 거센 질책이 쏟아졌지만 새 정치에 대한 기대감도 묻어났다.


○ 정치보다 경제·안보·안전

이 대표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만나는 주민마다 물가는 오르는데 살림살이는 더 팍팍해졌다고 한숨을 쉬더라”라며 “주민들 목소리 들을 시간도 빠듯해 주로 고개만 끄덕이다 왔다”고 말했다. 이어 “온 국민이 놀랐던 사상 초유의 (경주) 강진에 대해 가슴을 쓸어내리면서도 우려와 염려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전날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속의 경남 거제와 지진 피해를 입은 경북 경주를 둘러봤다.

같은 당 정운천 의원은 “여기(전주)에선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을 둘러싼 의혹 등이 터지면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 컸다”며 “‘예산 좀 많이 가져와 달라’는 부탁도 많았다”고 전했다. 호남 내에서도 소외감을 느낀다는 전북 정서가 반영된 것이다.

더민주당 김영춘 의원은 “부산의 추석 밥상에서는 정치보다 경제, 안전을 우려하는 이야기를 주로 했다”며 “한진해운 사태,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으로 부산 경제가 너무 어렵다. 또, 신고리 원전을 추가로 건설한다는데 경주발 지진으로 불안감이 커졌다”고 말했다.

김부겸 의원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과정이 투명하지 않다는 불만이 있었지만 북한이 5차 핵실험을 하고 난 뒤에는 ‘그거(사드)라도 갖다놔야 되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강해졌다”며 “나한테도 ‘대안을 갖고 반대하라’고 지적하더라”고 했다. 경북 칠곡, 김천은 사드 배치 반대 목소리가 여전하지만 전체적인 대구·경북 여론에는 변화가 감지된다는 얘기다.


○ 균열 생긴 지역주의, 대선도 ‘안갯속’

내년 12월 대선도 어김없이 추석 밥상에 올라왔다. 특히 이들은 지역주의 약화 등 민심의 변화를 피부로 느끼며 내년 대선 예측이 쉽지 않다는 평가를 내놨다.

당 대표 취임 후 서진(西進) 전략을 펴며 호남 구애에 적극적인 이 대표는 “대권 예비주자를 포함한 중앙 정치인들이 (호남에) 많이 찾아오자 ‘정치인들에게 대접받는다’는 얘기도 나오더라”며 “국회의원들이 지역에서 자주 얼굴을 보이고 고개를 숙이면서 ‘이장(里長)’형 의원에 대한 선호도가 매우 높아졌다”고 말했다. 12일 광주에서 1박을 했던 김부겸 의원도 “이 대표가 (새누리당 수장이) 된 뒤 기대감을 이야기하는 분들이 계셨다”며 “다만 아직은 (여야 어느 쪽에도) 쉽사리 마음을 주시지 못하는 상황이었다”고 강조했다.

김영춘 의원은 “(부산에서) 지역주의 프레임은 이미 깨졌다고 봐야 한다”며 “(더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등이) 부산 출신이라고 무조건 지지한다거나 하는 것은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정부 여당에 대한 민심은 떠났고, 야당에 대해 ‘이번에는 잘해 봐라’ 하는 이야기를 많이 하더라”고 했다.

‘문재인 대세론’에 견제구를 날리며 대선 출마를 선언한 김부겸 의원은 “믿음직한 야권을 만들어 달라는 주문을 받았다”며 “(서로 싸우기보다) 우리가 듣고 싶어 하는 해법에 대한 이야기를 해달라고 하더라”고 했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신진우·우경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