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째 여진속 2차 피해 우려
12일 규모 5.8의 역대 최강 지진이 발생한 경북 경주시에선 명절과 태풍도 잊은 채 피해 복구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태풍에 따른 폭우로 2차 피해 우려도 커지고 있다.
피해 현장에서는 13일부터 공무원과 군인, 자원봉사자 등 연인원 7000여 명이 투입돼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이른 아침부터 시간당 10mm의 장대비가 내린 17일에도 경주시 공무원과 전문건설인협회 소속 회원 50여 명이 황남동 등 피해 지역을 돌며 집 상태 등을 집중 점검했다.
○ 폭우에 따른 2차 피해 우려
하지만 17일 곳곳에서 비가 샌다는 신고가 잇따라 들어왔다. 진원지인 내남면과 한옥 주택이 많은 황남동에서 신고가 많았다. 호우주의보가 내린 경주에는 16일 오전부터 17일 오후 4시까지 125.5mm의 비가 내렸고, 18일 오전까지 10∼50mm의 비가 더 내릴 것으로 기상청이 예보해 피해는 더 커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황성동에 사는 김모 씨(39)는 “강진이 난 뒤에도 계속 여진이 이어져 깜짝깜짝 놀란다”며 “태풍 영향으로 폭우까지 내리니 부서진 지붕이나 담이 허물어지지나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경주는 지진의 진원지라서 다른 곳보다 지반이 약해져 있을 가능성이 크다. 금이 간 집이나 담 등 위험한 장소를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 숙박업계와 전통시장, 부동산 업계 등 타격
지진은 잦아들었지만 경주 시민들과 관광객의 ‘심리적 지진’은 아직 진행 중이다. 이번 지진으로 직접적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곳은 숙박업소다. 현대호텔과 힐튼호텔 등 보문단지 내 주요 호텔을 비롯해 콘도와 펜션, 리조트 등 수십 개 숙박단지에서 예약을 취소하는 손님들이 속출했다.
전통시장은 추석 대목이었음에도 매출이 크게 줄었다. 계속되는 여진으로 불안해진 시민들은 시장으로 선뜻 나서지 못했다. 신우현 경북 성동시장 상인회장(60)은 “13일 오후부터 조금씩 손님들이 다시 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벽이 갈라지는 등 피해를 입은 상점 40여 곳은 현재 복구 작업에 들어간 상태”라고 전했다.
○ 계속되는 ‘지진 공포’…지진 대비 방안도 시급
지진 이후 시민들의 불안감이 계속되고 있어 이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 또한 필요한 상황이다. 추석(15일)저녁에도 2시간 동안 규모 1.9∼2.6의 여진이 세 차례 발생하는 등 300차례가 넘는 여진이 발생하자 시민들은 ‘안심하긴 이르다’는 반응이다. 블로그와 카페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지진 이후 가벼운 층간 소음에도 마음이 불안해지네요” “밤에 자려고 누웠는데 또 흔들, 불안해서 살 수가 없네요” 등 지진 공포를 호소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스마트폰으로 진동 규모를 측정할 수 있는 지진 측정 애플리케이션을 받았다는 사람도 많았다.
경주시와 경북도는 17일 경주를 방문한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에게 경주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줄 것을 요청했다. 부서진 한옥 기와 보수를 위해서는 피해액의 70%를 정부가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다. 문화재를 제외한 한옥 기와 피해액은 현재 80억 원가량으로 추정된다.
경주=이권효 boriam@donga.com /최지연·박성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