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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 못추는 수출효자들… 선박, 美에도 쫓긴다

입력 | 2016-09-19 03:00:00

한국, 13대 수출품목 점유율 뒷걸음질… 4년새 5.7→ 5.3%로




한국 수출을 견인해온 ‘효자 제품’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빠르게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디스플레이, 선박, 철강 등이 주요 해당 제품이다.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이 3년 연속 2%대 저성장에 머물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도 나왔다.

○ 수출시장 커지는데, 한국은 뒷걸음질

18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발간한 ‘세계 수출시장에서 우리나라 주력품목의 경쟁력 국제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13대 수출주력품목’의 한국 수출점유율은 2011년 5.7%에서 지난해 5.3%로 줄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무역동향 분석을 위해 반도체, 일반기계, 자동차, 선박류, 석유화학, 무선통신기기, 석유제품, 철강제품, 평판디스플레이, 자동차부품, 섬유류, 가전, 컴퓨터를 13대 수출 주력품목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 기간 전 세계 수출시장에서 ‘13대 수출주력품목’이 차지하는 비율은 45.0%에서 지난해 47.4%로 늘어난 것을 고려하면 시장은 커지는데 한국의 수출은 뒷걸음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같은 기간 반도체, 일반기계, 컴퓨터 등 3개 품목만 점유율이 다소 올랐을 뿐, 평판디스플레이, 선박류, 무선통신기기 등 나머지 10개 품목은 모두 점유율이 하락했다. 하락폭이 큰 품목은 평판디스플레이, 선박류, 무선통신기기, 자동차 순이다. 평판디스플레이의 한국산 점유율은 2011년 23.2%에서 지난해 18.5%로 큰 폭으로 줄었다. 반면 중국산 제품의 점유율은 26.2%에서 29.4%로 늘었다. 중국은 13개 수출품목에서 선박류를 제외한 나머지 12개 품목의 점유율이 올랐다. 특히 무선통신기기는 중국의 수출점유율이 2011년 31.3%에서 지난해 38.1%로 6.8%포인트나 뛰었다. 미국은 13개 품목 중 선박 등 6개가 늘고 반도체 등 6개는 줄었다.

○ 중국에 밀린 수출경쟁력

선박류도 같은 기간 한국의 수출점유율이 24.5%에서 21.2%로 줄어든 새 미국은 2.6%에서 3.3%로 늘었다. 한국 조선업계는 올해 역대 최악의 수주 성적표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는 올해 수주 목표치의 10%를 겨우 넘기는 데 그치고 있다. 7월 말 기준 조선 3사는 연간 수주 목표액 301억7000만 달러 중 10.1%에 불과한 30억3900만 달러의 수주 실적을 거뒀다.

가장 심각한 곳은 해양플랜트 수주 비율이 높은 삼성중공업이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수주 목표치 150억 달러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한 53억 달러를 올해 수주 목표액으로 잡았지만 올해 들어 신규 수주 실적이 단 한 건도 없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국의 추월은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예견됐던 일이었는데 우리 정부와 기업이 너무 안이하게 대처했다”며 “한국은 의료, 물질, 화학, 바이오, 제약 등 미래 분야에서 새로운 먹을거리와 시장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 ‘저성장 늪’ 벗어나려면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 내수 경기마저 회복 기미를 안 보여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이 2%대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이날 현대경제연구원은 자체 분석한 ‘2017년 국내 경제 전망’에서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을 2.6%로 예측했다. 지난해 성장률이 2.6%, 올해 전망치가 2.5%인 것을 고려하면 3년 연속 성장률 2%대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관측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가계 소비심리를 회복시키고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해 내수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며 “기업 투자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부동산 경기가 급락하지 않도록 정부의 정책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문병기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세계 수출경기가 살아났을 때 한국의 주력 품목이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상품을 발굴해야 한다”며 “동시에 제조업의 스마트화, 제조업과 서비스 산업 간 시너지 효과 창출 등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은택 nabi@donga.com·정민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