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46억원에 산 ASML지분 중 절반… 4년만에 6000억원대에 되팔아 샤프-램버스-시게이트도 처분 삼성전자측 “협력관계는 유지”
재계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핵심사업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작업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이번 지분 매각으로 1조 원 이상의 현금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각 기업과 지분 매각 협상을 벌여왔다”며 “지분을 매각한 회사들과의 협력 관계에는 영향이 없다”고 덧붙였다.
반도체 부문 핵심 설비 파트너업체인 네덜란드 ASML의 지분은 절반인 1.5%(630만 주)만 매각했다. 삼성전자는 2012년 차세대 노광(반도체 웨이퍼 원판 위에 회로 패턴을 새기는 핵심 공정) 기계 개발 협력을 위해 ASML 지분 3%를 5억300만 유로(당시 환율로 7146억 원)에 매입했다. 삼성전자는 1.5%의 지분을 6000억 원대에 되팔아 상당한 차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이미 HDD에서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로 주도권이 넘어가고 있고, 램버스 D램도 DDR D램으로 대체되는 업계 흐름에 따른 지분 정리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최근 대만 훙하이그룹의 자회사 폭스콘이 인수한 일본 디스플레이 업체 샤프(0.7%)의 지분도 전량 매각했다. 2013년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공급선 다변화 차원에서 투자한 지분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LCD가 이미 공급 과잉 상태라 더는 지분까지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측은 “패널 공급 관계 등 협력 관계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세계 시장에서 1등을 할 수 있는 사업에만 집중한다는 이 부회장의 경영철학의 연장선에 있는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프린팅솔루션 사업 부문을 미국 HP에 매각한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