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만에 판문점 찾은 獨 막스플랑크硏 연구부장 지낸 슈뮈커 박사
헬무트 슈뮈커 박사가 지난달 20일 판문점을 방문했을 때 헌병 옆에서 찍은 사진. 그는 이 사진을 최근 기자에게 e메일로 보내왔다. 헬무트 슈뮈커 박사 제공
세계적인 연구소인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의 연구부장을 지낸 헬무트 슈뮈커 박사가 지난달 20일 판문점과 비무장지대(DMZ), 공동경비구역(JSA) 등을 찾았던 소회를 최근 기자에게 보내왔다.
그는 지난달 18일 한국기계연구원 창립 40주년 기념 포럼에 참석해 임용택 기계연구원장과 동아일보 주관의 대담 인터뷰에 응한 뒤 개인 일정으로 판문점 등을 방문했었다. 슈뮈커 박사는 독일의 해외원조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1977~1982년 한국에서 근무하면서 설립 초창기의 기계금속시험연구소(기계연구소 전신)의 시스템 구축을 도왔다.
그는 “당시 서독 정부의 경제정책 착오도 적지 않았다. 고용 창출을 위해 동독 기업들을 사들였더니 오히려 돈만 받은 뒤 문을 닫고 서독으로 가버리기도 했다”며 “하지만 통일은 결국 정치적으로 많은 이들이 염원했던 것, 역사적으로 이뤄져야 했던 것이 이뤄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의 핵 위협과 남한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논란에 대해 슈뮈커 박사는 “젊고 위험한 김정은은 힘을 갖고 놀고 싶어 하기 때문에 한반도뿐만 아니라 세계 전체에 위협적이다”며 “북한의 예상치 못한 핵과 미사일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사드 배치 등의 방어수단 외에) 다른 선택지가 있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사드를 배치하면 중국과의 경제 관계가 악화될 것이라는 일부 우려에 대해 “중국인들은 정치와 경제를 잘 구분할 줄 안다”고 비유적으로 말했다.
슈뮈커 박사는 “김정은은 정치권력과 핵 권력을 함께 갖고 싶어 하는데 그 사이 북한 주민들의 고통은 점차 극심해지고 있다”며 “통일 전후 동독의 상황처럼 북한에서도 국민 이탈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