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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의 시선은 아랑곳없이… 민생 뒷전인 기초의회

입력 | 2016-09-19 03:00:00

영천시의회 개원후 두달 넘겨 파행… 19일 상임위원장 3명 선출 불투명
개원 68일만에 원구성한 달서구의회… 임시회서 의원들 패싸움 추태 보여




대구경북 지역 일부 기초의회가 의원들의 힘겨루기와 자리다툼으로 비난을 사고 있다. 7월 후반기 개원을 한 지 두 달이 넘었는데도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영천시의회는 19일 임시회를 열어 운영과 총무, 산업건설 등 3명의 상임위원장 선거를 한다. 7월 1일 의장과 부의장을 선출한 이후 80일 만이다. 의원 12명은 의장파와 비의장파로 6명씩 나뉘어 갈등을 빚고 있다. 지금까지 상임위원장 3명을 뽑지 못해 조례 제정과 예산 심사, 행정사무감사 등 의회 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날 임시회에서 상임위원장을 선출할지는 불투명하다. 수차례 본회의와 간담회를 열었지만 힘겨루기를 하는 모습만 보였기 때문이다. 회의 진행 방법을 문제 삼아 회의에 참석하지 않거나 일부 의원은 막말을 하는 등 감정 대립이 심하다.

시의회 안팎에서는 후반기 의장 선출을 둘러싸고 충돌이 심해지면서 의원들이 자리다툼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권호락 의장(65)이 전반기에 이어 연임하게 되자 일부 의원은 “전반기 의장은 후반기에 출마하지 않는 관행을 깼다”며 반발하고 있다.

두 편으로 갈린 의원끼리 불신하면서 의회 정상화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번 임시회 소집도 원 구성 이후 권 의장이 사퇴한다는 조건이 걸려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다시 임시회를 열어 의장 사퇴를 표결 처리하고 새 의장을 선출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주민들은 “자리싸움으로 의회를 마비시킨 책임을 져야 한다”며 “일하지 않고 받은 세비를 반납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구 달서구의회는 13일 운영위원장을 선출해 원 구성을 마무리했다. 후반기 개원 68일 만이다. 의원 23명은 7월 의장단 선거 때 불거졌던 후유증으로 의장파 12명과 비의장파 11명으로 편을 나눠 대립하고 있다.

이달 8일 임시회는 갈등이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줬다. 건강상 이유로 10개월째 출석하지 않는 박병태 의원 사직 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의결정족수 미달로 통과시키지 못했다. 이날 박 의원 사직이 처리되면 의장파가 의회를 장악할 것이라고 판단한 비의장파가 임시회 출석을 거부했다. 추경을 포함한 20여 개 안건은 의원들의 패싸움에 밀려났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대구경북본부 달서구지부는 성명을 내고 “주민들을 우습게 보고 무시하는 처사”라며 “의원 자질이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비난했다.

달서구의회의 볼썽사나운 일탈은 끊이지 않았다. 2014년에는 자신보다 열다섯 살 많은 50대 간부 공무원의 정강이를 걷어찬 40대 의원이 출석정지 25일의 징계를 받았다. 2013년에는 당시 의장이 지역 영향력을 높이려는 욕심에 동료 의원의 구청 여직원 성추행 의혹을 제기했다가 불신임을 받았다. 한 구청 간부는 “제 기능을 하기는 커녕 권력 다툼만 하는 의회가 지자체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