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서비스 업체 ‘토즈’의 창조전략 분석
‘토즈’를 이끄는 김윤환 피투피시스템즈 대표는 “흔히 접하는 도서관, 사무실, 집 등을 더 효율성이 높은 공간으로 바꾸는 것이 ‘공간 사업’의 비전”이라고 말했다. 최훈석 기자 oneday@donga.com
이제는 대중에게도 친숙한 개념이지만 당시로선 대동강 물을 팔았다는 봉이 김선달 같은 발칙한 발상이었다. 대학생 시절, 수년간 회계사 시험 등을 준비하며 도서관과 독서실 등을 전전했던 김윤환 피투피시스템즈 대표(44)는 ‘왜 마음 편하게, 그리고 쾌적하게 공부하고 토론할 수 있는 모임 공간이 없을까’ 궁금했다.
호기심으로 시작한 공부 환경에 대한 고민은 자연스레 사업 구상으로 이어졌고 결국 ‘공간을 파는’ 사업으로 꽃을 피웠다. ‘토즈’라는 브랜드로 모임센터, 비즈니스센터, 스터디센터, 워크센터를 설립해 총 237개 지점(올 9월 기준)에 걸쳐 연 매출 310억 원(지난해 말 기준)을 거둬들이는 중견 기업으로 성장시킨 것이다.
○ ‘참을 인’을 새기며
아버지는 말없이 다가왔다. 그러곤 손가락을 들어 올려 아들의 가슴팍에 말없이 한 글자를 썼다. ‘참을 인(忍).’
아들의 심장에 마치 문신처럼 새겨진 이 한 단어는 이후 아들의 기나긴 사업 여정에 나침반이 됐다. 15년 전, 김 대표가 처음 사업을 시작했을 때의 얘기다. 김 대표의 부모님은 경남 남해에서 학교 납품용 가구를 제조하는 공장을 운영했다. 공장 내 단칸방에서 부모와 네 남매가 함께 살았을 정도로 궁핍했던 살림은 부모의 고생 덕에 점점 나아졌고, 업체도 관련 분야에서 경남지역 최대 규모로 꼽힐 정도로 성장했다. 하지만 사업이 얼마나 힘든지 뼈저리게 체험한 부모님은 자식들만큼은 그 고통을 경험하지 않길 바랐다. 김 대표는 이런 부모님의 뜻에 따라 미국 공인회계사(AICPA)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공간 서비스 사업’에 대한 꿈을 떨치기 쉽지 않았다. 결국 오랜 회유에도 불구하고 아들을 막을 수 없었던 아버지는 ‘참을 인’자 하나를 가슴팍에 새겨주며 말없이 앞길을 축복했다.
김 대표가 꿈꾼 ‘공부 공간 서비스’란 비즈니스 모델은 국내에 존재하지 않았다. 아이디어는 결국 잠재 수요자들에게서 찾아야 했다.
약 1년여의 준비 끝에 2002년 1월, 마침내 서울 서대문구 신촌에 231m²(약 70평) 규모의 ‘토즈 모임센터’를 열었다. 스터디나 회의, 세미나 등을 자유롭게 할 수 있게 한 공간이었다. 사전 조사 때 분위기로만 보면 ‘대박’은 따 놓은 당상이었다. 그러나 막상 문을 열고 보니 현실은 달랐다.
첫 달 이용 고객은 겨우 298명에 불과했다. 하루에 10명 정도 방문한 셈이었다. 관찰 끝에 공간 사업의 핵심은 단 한 번이라도 이 공간을 ‘체험해 보게 하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결국은 시간과의 싸움이었다. 잠재 수요자들을 직접 발굴하고, 쉬지 않고 서비스를 개선했다.
○ 꽃피기 시작한 사업
토즈는 빈 공간에 고객의 목적과 생애주기에 맞춰 ‘쓰임새’를 부여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하고 있다. 학습효과를 극대화하는 스터디센터, ‘1인 오피스’를 구현해 주는 비즈니스센터 및 워크센터, 스터디나 회의를 위한 모임센터(위 사진부터) 등이 대표적인 공간 서비스 모델이다. 토즈 제공
앞으로 김 대표의 꿈은 독서실 등의 공부 공간을 해외로 수출해 ‘K-스터디(스터디 한류)’를 실현하는 것이다. 또 ‘공간’의 정의를 확대해 내년 1분기(1∼3월)까지 1인 가구가 생활하기 좋은 주거 공간, ‘리브(live) 토즈’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윤영진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토즈의 성공 요인 중 하나는 고객의 요구를 발굴해 공간에 기능을 부여하고 전문화된 서비스 체계를 구성한 것”이라며 “이를 위해 계속 시장을 주시하며 R&D 노력을 강화한 것이 성장의 핵심 기반이 됐다”고 분석했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