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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촌계 갈등 속출하는데… 중재 창구가 없다

입력 | 2016-09-19 03:00:00

계원지위-양식구역 둘러싸고 어촌계 70~80% 법정소송 잇따라
수협서 인가-지도감독 해줘야




바다나 강에서는 주민들이 공동작업을 한다. 어촌계가 마을 인근 고기잡이나 양식 권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주민들 사이에서 공동재산 성격을 띠는 어촌계 계원 지위를 놓고 갈등이 속출하지만 갈등 중재 창구가 없어 법정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광주고법 민사3부(부장판사 박병칠)는 광양의 한 어촌계 계원 A 씨가 제기한 계원 지위 확인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고 18일 밝혔다. 광양 재첩 채취 어촌계 회원이던 A 씨는 2013년 6월 어촌계에서 일방적으로 계원 제명 통보를 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A 씨는 “어촌계 회원 가입 등의 내용을 다룬 정관의 제명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고 했다.

A 씨가 소송을 제기하자 어촌계는 2015년 3월 정관을 변경한 뒤 2차 제명 주민투표를 했다. 변경된 정관은 제명 사유로 어촌계 행정구역 미거주, 사망, 마을 공동사업에 정당한 사유 없이 20회 불참 등을 규정했다.

주민들은 2차 주민투표에서 찬성 13명, 반대 2명으로 어촌계에서 A 씨를 제명했다. 주민들은 “A 씨가 불법 재첩 채취를 신고하거나 개인 명의로 보상금을 신청하는 등 어촌계에 끼치는 피해가 크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어촌계 계원 제명은 결과적으로 생계 터전을 잃게 되는 만큼 어촌계 목적 달성을 어렵게 하거나 공동이익을 위해 불가피한 경우에만 인정되는 최후 수단”이라며 “A 씨에 대한 제명 절차가 지나치게 가혹해 무효”라고 밝혔다.

광주지법 해남지원 민사부(부장판사·지원장 최창훈)는 바지락 채취권을 상속받았으나 이를 지키지 않았다며 어촌계를 상대로 B 씨가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기각했다고 밝혔다. B 씨의 남편은 2010년부터 5년간 완도의 한 어촌계와 바지락 채취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B 씨의 남편은 2014년 4월 사망했고 어촌계는 바지락 채취를 할 수 있는 어선 신청을 해 주지 않았다. 이에 B 씨는 2015년 1년 동안 바지락을 채취할 수 있는 권리를 상속받은 만큼 이를 지키지 않은 어촌계에서 1억6500만 원의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어촌계 정관에서 사망 때 상속에 대해 규정하더라도 상속인에게 어촌계원 가입 자격을 부여할 것일 뿐 상속권을 인정한 것은 아니다”라며 “B 씨가 바지락 채취권을 인정받은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해양수산부가 6월 20일부터 20일간 전남지역 어촌계 851곳을 비롯해 전국 어촌계 2023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귀어인들의 진입장벽은 예상보다 낮았다. 도시 귀어인들이 어촌계 신규 계원이 될 수 있는 자격은 △거주 기간 △가입비 △거주 기간 및 가입비 등 세 가지 형태로 분류됐다.

거주 기간은 1년 미만 22%, 1년∼2년 미만 12%, 2년∼3년 미만 26%, 3년∼5년 미만 29%, 5∼10년 11%였다. 가입비는 100만 원 미만 43%, 100만∼300만 원 미만 24%, 300만∼1000만 원 미만 18%, 1000만 원 이상 5% 등이었다.

어촌계 2023곳 중 1295곳(64%)은 귀어인들을 3년 안에 신규 계원으로 받아주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어촌계 절반 이상이 신규 계원 자격에 거주 기간과 가입비를 중복 조건으로 내걸고 있고 일부에서는 귀어인들에게 과다한 사용료를 받는 문제점이 있었다.

어촌계는 각 자치단체에서 예산을 지원하고 있지만 지도관리는 허술한 실정이다. 어촌계 70∼80%는 계원 자격이나 양식 구역을 놓고 마찰이 속출하고 있는 만큼 수협에서 인가를 내주고 지도감독을 해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해수부는 어촌계 갈등을 중재하는 시스템을 강화하고 어촌계별 정관, 임원 명단 등을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