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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역대 국수전 우승 결정국… 뜻밖의 수상전

입력 | 2016-09-19 03:00:00

○ 조한승 9단 ● 박정환 9단
58기 도전 4국 9보(89∼97)




흑 91은 20집 가까운 크기의 역끝내기. 이런 곳은 백의 수중에 들어와야 정상인데 흑의 차지가 된 것 자체가 지금의 형세를 대변한다.

이제 그나마 빈자리가 있는 곳은 하변. 불리한 백으로선 하변 흑 진에 깊숙이 침투하고 싶다. 다만 그 전에 백 92로 가볍게 삭감 겸 응수 타진을 하려고 했다.

그러나 박정환 9단은 백 92에 담긴 상대의 심리를 그냥 용인하지 않는다. 유리하기 때문에 물러서 받아도 아무 상관이 없는데도 흑 93으로 끈끈하게 붙여 백의 가벼웠던 마음을 무겁게 만든다.

상대가 보인 아주 미세한 틈을 그냥 놓치지 않는 촉각이 박 9단에겐 매우 발달해 있다. 모든 일류 기사가 그랬다. 대충 넘어가는 법이 없다. 승부 세계에서 마음씨 좋은 호인(好人)은 통하지 않는다.

백은 이제 와서 손을 빼거나 95의 자리로 후퇴할 수는 없는 일. 내친김에 94로 들어간다. 흑 95 때 백 96 대신 참고도처럼 두면 백 2점은 살아갈 수 있다. 하지만 흑 8까지 백만 공중에 붕 뜬 격. 가볍게 두려고 했던 백의 의도와는 완전히 다르다.

그래서 백 96으로 강하게 젖혔고 흑도 강하게 끊어 갔다. 뜻하지 않게 우변에서 수상전이 벌어질 조짐이 보인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