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한승 9단 ● 박정환 9단 58기 도전 4국 9보(89∼97)
흑 91은 20집 가까운 크기의 역끝내기. 이런 곳은 백의 수중에 들어와야 정상인데 흑의 차지가 된 것 자체가 지금의 형세를 대변한다.
이제 그나마 빈자리가 있는 곳은 하변. 불리한 백으로선 하변 흑 진에 깊숙이 침투하고 싶다. 다만 그 전에 백 92로 가볍게 삭감 겸 응수 타진을 하려고 했다.
그러나 박정환 9단은 백 92에 담긴 상대의 심리를 그냥 용인하지 않는다. 유리하기 때문에 물러서 받아도 아무 상관이 없는데도 흑 93으로 끈끈하게 붙여 백의 가벼웠던 마음을 무겁게 만든다.
백은 이제 와서 손을 빼거나 95의 자리로 후퇴할 수는 없는 일. 내친김에 94로 들어간다. 흑 95 때 백 96 대신 참고도처럼 두면 백 2점은 살아갈 수 있다. 하지만 흑 8까지 백만 공중에 붕 뜬 격. 가볍게 두려고 했던 백의 의도와는 완전히 다르다.
그래서 백 96으로 강하게 젖혔고 흑도 강하게 끊어 갔다. 뜻하지 않게 우변에서 수상전이 벌어질 조짐이 보인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