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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바이엘-몬산토 같은 M&A를 한국이 죽어도 못하는 이유

입력 | 2016-09-19 00:00:00


독일의 화학·제약업체인 바이엘이 세계 최대 종자(種子)회사인 미국의 몬산토를 660억 달러(약 74조2830억 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올해 글로벌 기업 인수합병(M&A)으로는 최대 규모다. 인수가 마무리되면 바이엘은 세계 종자 및 살충제 시장의 약 25%를 차지해 제약에 이어 농업 분야의 세계 최대 기업 중 하나로 발돋움할 것으로 예상된다.

‘농업의 반도체’로 불리는 종자산업에서는 세계 굴지의 기업들이 주도하는 메가딜(초대형 M&A)이 꼬리를 물고 있다. 지난해 미국 다우케미컬과 듀폰이 합병에 합의했고 중국의 켐차이나도 스위스 신젠타를 인수하기로 했다. 1996년 600여 개였던 세계 종자회사 중 상당수가 몬산토 신젠타 바이엘 듀폰 다우케미컬 바스프 등 6대 메이저 기업에 인수된 데 이어 다시 서너 개로 압축되는 추세다. 과점업체의 시장 지배력이 커지면서 세계 시장에서 종자와 비료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이 높지만 우리는 속수무책이다.

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토종 종자업체 1∼4위인 흥농종묘 서울종묘 중앙종묘 청원종묘가 줄줄이 외국 기업에 팔려나가 세계 종자산업의 변방으로 전락했다. 농협중앙회가 2014년 인수한 농우바이오 정도가 토종 종자기업의 자존심을 지켰으나 글로벌 업체들과 비교하면 존재감이 미미하다. CJ제일제당이 작년 3월 종자법인 CJ브리딩을 설립해 종자산업에 뛰어들었지만 아직 눈에 띄는 성과는 없다. 국내 종자산업 붕괴 후 종자와 농약 가격이 폭등한 것만 보더라도 국제 경쟁력을 갖춘 토종 종자업체를 시급히 육성해야 한다.

미래의 핵심 산업으로 꼽히는 농식품업은 서비스업과 함께 우리 경제의 활로를 열 수 있는 블루오션 중 하나다. 자본과 기술력을 갖춘 대기업의 시장 진입으로 농식품업의 산업적 성장을 시급히 추진해야 한다. 그러나 ‘정치화한 농민단체’가 이를 극력 반대하고 정부는 조정 능력을 보이지 못해 벽에 부닥쳐 있다. 2012년 동부팜한농의 수출용 토마토 사업 좌절에 이어 LG그룹의 새만금 스마트팜 사업 역시 무산된 바 있다. 농업 분야의 대기업 진출을 가로막는 구태가 계속된다면 몬산토 인수 같은 대형 M&A는 물론이고 ‘글로벌 공룡기업’의 농간에 한국 농업과 농민이 휘둘리는 사태도 막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