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 잇단 비리뒤엔 ‘제식구 감싸기’
18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2011년부터 올 3월까지 접대나 성추문 등에 연루된 판검사 14명(판사 5명, 검사 9명) 가운데 7명이 의혹이 제기되자 사표를 내고 징계를 피한 것으로 드러났다. 4명은 징계가 아닌 ‘경고’에 그쳤거나 아예 징계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정직, 감봉, 견책 등 징계를 받은 이는 검사 3명에 불과했다.
이를 두고 ‘옷만 벗으면’ 진상조사를 멈추는 법조계의 관행 때문에 판검사들의 비리가 근절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죄가 가볍다고 여겨지는 성추문 사건은 경징계 대상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사표를 수리하고 이 때문에 진상조사가 막히는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성추문 연루 검사들의 사표 수리에 대해 법무부도 “당시 관련 법령에 따라 의원면직 제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필리핀 원정 접대 의혹이 불거진 검사도 이런 방법으로 징계를 피했다.
대법원은 “법관들은 본인의 일탈이나 과오로 물의가 발생하면 의원면직을 통해 헌법상 보장된 법관직을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며 “이달 6일 전국 법원장 긴급회의에서 직무와 무관하더라도 성추문 등 문제가 되는 비위 행위가 있으면 의원면직을 허용하지 않도록 예규를 개정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현행 법관징계법과 검사징계법에 구체적 징계 기준이 없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현행법은 징계 사유가 발견될 경우 각 징계위원회가 징계를 심의·의결하도록만 규정하고 있어 징계위원회에 지나치게 폭넓은 재량권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필리핀 원정 접대 의혹이 제기된 검사는 징계조차 받지 않았던 반면 저녁식사 자리에서 여기자 등에게 부적절한 언행을 해 문제가 된 부장검사는 상대적으로 무거운 정직 3개월 징계 처분을 받았다. 여론 주목도에 따라 징계 수위가 달라지는 점도 개선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표를 내는 것으로 책임을 다했다는 법조인들의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며 “엄정한 처리가 필요한 사안을 어물쩍 넘어가는 일이 없도록 법적 미비점을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김민 kimmin@donga.com·배석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