在佛 中망명작가 왕두, 절친 한홍수 화백과 광주비엔날레 초청전
지난해 광주 아시아문화의전당 야외 정원에 설치된 왕두의 7m 높이 조각작품 ‘빅토리’. 왕두는 “광주는 아시아 민주주의의 성지이자 아시아 예술의 중심지”라고 말했다.
프랑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중국 출신의 세계적인 조각가 왕두(王度·59)는 이달 초 광주 아시아문화의전당에 설치된 7m 높이의 자신의 조각품 ‘빅토리(Victory)’를 꼼꼼히 살폈다. 지난해 설치된 뒤 시민들의 촬영 명소가 된 광주 아시아문화의전당의 대표작이다. 왕두는 “뼈만 남은 손가락은 광주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던 시민들의 희생과 상처, 승리를 상징한다”고 말했다.
인체의 에로틱함(性)과 성(聖)스러움을 탐색해 온 재불 현대화가 한홍수 화백. 그는 “전쟁과 폭력을 억제하기 위해선 에로틱의 욕망을 더욱 배가해야 한다는 프로이트의 말처럼 인체에 담긴 순수한 생명의 창조 에너지를 표현해내고 싶다”고 말했다. 아시아문화의전당 제공
광주 비엔날레 특별전에서 신문지로 만든 미사일을 전시한 중국 출신의 재불 조각가 왕두. 그는 “1999년 코소보 전쟁 당시 미디어를 비판한 작품이지만 북핵과 미사일, 이슬람국가(IS)와의 전쟁 등 끊임없는 폭력 . 광주=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이번 전시회에서 두 사람은 북한 핵실험과 미사일 위기로 고조된 동아시아의 상황에서 폭력과 죽음의 문화를 생명과 창조의 이미지로 극복하는 예술작품을 선보였다. 왕두는 전시장 한쪽에 신문지로 만든 미사일을 설치했고, 반대편 벽면에는 여성의 신체 뒷모습이 그려진 한 화백의 에로틱한 유화 작품이 전시됐다.
왕두의 ‘신문지 미사일’은 1999년 코소보 전쟁 당시 스위스 바젤 아트페어에 출품된 이후로 꾸준히 만들어 온 시리즈 작품. 왕두는 “코소보 전쟁 당시 르몽드, 르피가로, 리베라시옹 등 프랑스의 신문들이 전쟁의 이미지를 끊임없이 확대재생산시키는 것을 보고 ‘미사일보다 더 공격적인 미디어’라는 의미에서 만든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걸 보고 북한 핵과 미사일, 이슬람국가(IS)의 테러 등을 느끼는 것은 관람객의 자유”라고 말했다.
한 화백은 “심리학자 프로이트는 1931∼32년 아인슈타인과 주고받은 편지에서 전쟁과 폭력, 테러 등을 억제하기 위해선 삶의 순수하고 창조적인 에로틱한 욕망을 더 키워야 한다는 해법을 내놓았다”며 “왕두의 미사일이 ‘타나토스’(죽음의 본능)를 상징한다면 내 작품 ‘기관 없는 신체’는 에로틱한 욕망을 상징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영국의 설치미술가 애니시 커푸어가 베르사유 궁전에 여성의 성기를 은유한 작품을 전시해 논란이 벌어진 것도 테러와 전쟁의 시대에 죽음의 문화를 에로틱한 생명의 창조적 에너지로 극복하려는 예술적 노력”이라고 덧붙였다.
광주=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