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막는 ‘가족행복드림’
○ 학대 위험 가정에 ‘응급 수술’
가족행복드림은 아동학대가 의심되거나 사회적 경제적 문제가 있는 가정에 10∼15차례 전문상담사를 보내 문제점을 진단하고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로 6월부터 시범 운영 중이다. 대상은 △아동학대 가해 전력이 있는 보호자 △아이를 병원이나 초등학교에 보내지 않는 방임 의심 가정 △한부모·이혼·재혼·빈곤(중위소득 72% 이하) 가정 등 취약계층이다. 평범한 가정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부모 교육이 아동학대를 막기 위한 ‘예방접종’이라면 가족행복드림은 이미 진행 중인 학대를 막기 위한 ‘응급 수술’이나 학대의 재발을 막을 ‘항암치료’에 비유할 수 있다.
윤 양의 어머니 A 씨(33)는 재혼 전후를 합쳐 자녀가 6명으로 늘고 가정 형편이 어려워지자 우울증에 빠져 살림과 육아에 거의 손을 놓고 있었다. 상담사는 A 씨가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학대받은 기억 탓에 무기력증이 심해졌다고 판단했다. A 씨의 남편은 집안일에 전혀 동참하지 않았고, 도움을 얻을 친인척도 없었기 때문에 정부의 개입이 절실했다.
A 씨는 요즈음도 간혹 상담사에게 ‘살고 싶지 않다’는 전화를 걸지만 이는 오히려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는 신호라고 한다. 예전과 달리 속마음을 터놓을 상대가 한 명이라도 생긴 셈이기 때문이다.
○ 실직 부모에 취업 연계도
경기 안산시에 사는 B 씨(50·여)는 가족행복드림 대상이 된 뒤 고용지원센터의 ‘취업 성공 패키지’를 소개받았다. 지난해 12월 일자리를 잃은 뒤 알코올의존증이 심해진 남편을 대신한 것이다. 남편은 멀쩡할 땐 고압적으로 세 아들을 꾸짖었고, 술을 마시면 둘째에게 손찌검을 했다. 4월경 아동보호전문기관이 학대 신고를 받고 B 씨 가정을 방문했을 때 아이들은 상담사와 눈을 맞추지 못할 정도로 불안이 몸에 배어 있었다. 초등학교 2학년생인 셋째는 한글도 떼지 못한 상태였다.
B 씨가 컴퓨터 활용 능력 자격증을 딴 뒤 직장을 잡아 경제권을 갖게 되자 남편의 태도도 달라졌다. 처음엔 “남의 가정사에 웬 참견이냐”며 상담을 거부했지만 요즘은 빨래를 개거나 거실을 청소하기도 한다. 건강가정지원센터는 관계가 서먹했던 형제끼리 활발히 대화할 수 있도록 배움지도사를 보내 보드게임을 함께 하는 등 경직된 집안 분위기를 바꾸려는 노력도 함께 하고 있다.
여가부는 12월까지 서울 구로·동대문·서초구와 경기 의정부시, 인천 남구 등 수도권 6개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가족행복드림 시범 사업을 실시한 뒤 내년부턴 예산 12억 원을 새로 투입해 전국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서비스 문의는 건강가정지원센터 홈페이지(www.familynet.or.kr) 및 전화(1577-9337)로 하면 된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