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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곤의 실록한의학]간염으로 황달 든 숙종, 일주일 만에 나은 비결은

입력 | 2016-09-19 03:00:00


이상곤 갑산한의원 원장

한약의 간 질환 치료 효과를 톡톡히 누린 왕이 있다. 바로 조선 19대 왕인 숙종(1661년생, 재위 1674∼1720년)이다. 13세에 보위에 오른 숙종은 어머니 명성왕후의 강력한 보호를 받았다. 숙종 재위 1년 6월 조선왕조실록에는 숙종의 독살 음모를 미리 알아낸 명성왕후가 숙종의 음식을 손수 장만해 먹인 기록이 보인다. 엄마표 집밥을 먹은 덕일까. 숙종의 재위 기간은 무려 46년에 이른다.

재위 2년 9월 초순 숙종은 갑작스러운 바이러스성 간염 증상에 시달린다. 승정원일기는 당시 감기로 진단한 첫 오진으로부터 간염 확진 후 치료가 성공에 이르는 과정을 상세히 기록했다. 의관들은 숙종이 두통과 인후통을 호소하자 감기 처방인 형방패독산을 처방했지만 듣질 않자 처방을 변경한다. 호전되는 듯하던 숙종의 증세는 며칠 만에 다시 악화됐다. 이번엔 오한과 오심(구역질) 증상을 일으키며 수라까지 거부했다. 의관들은 오심 증상에 초점을 두고 양격산을 처방하기도 하고, 밥맛을 되살리기 위해 이공산, 소요산을 처방하기도 했다.

9월 말 숙종의 얼굴과 눈이 누런색으로 변하자 그때서야 의관들은 간염(황달)으로 진단을 바꾸고 그에 맞게 시령탕을 처방한다. 3일 만에 피부에서 노란 빛이 줄고 오심 증세가 누그러들면서 음식 맛이 돌아오기 시작한다. 5일이 지나자 황달 빛은 완전히 사라졌고 수라, 침수 등 모든 것이 일상으로 돌아왔다. 황달 치료약도 온화한 백출제습탕으로 바꿨다. 황달 치료 7일 만인 10월 초 숙종은 의관들에게 “더는 약을 들이지 말라”고 지시한다. 한약 복용 후 일주일 만에 바이러스성 간염 증상이 거의 회복된 셈.

하지만 숙종은 간염을 앓았음에도 지속적으로 관리를 하기는커녕 고된 업무와 술, 장희빈과의 열정적 사랑으로 병을 키워나갔고 끝내 간경화 증세로 생을 마감했다.

예나 지금이나 간은 한번 손상되면 치료도 어렵고 관리도 어렵다. 한의학은 허(虛)하고 실(實)한 상태에 따라 간에 좋은 음식이 따로 있다고 본다. 피로가 누적된 허한 상태에서는 신맛이 나는 참깨, 자두, 부추를 권한다. 피로할 때 마시는 쌍화탕에 신맛이 많은 작약이 들어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긴장했을 때처럼 실한 상태일 때는 마음과 근육을 이완해주는 단맛 나는 음식을 권한다. 멥쌀, 대추, 쇠고기, 아욱 등이 그것. 부질없는 가정이지만, 만약 숙종 당시에 간 기능 검사기가 있어 간염을 지속적으로 관리했다면 간경화 증세로 죽음에 이르진 않았을 것이란 생각을 해본다. 치료제는 있었는데 정확한 진단이 문제였기 때문이다.
 
이상곤 갑산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