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개교 70돌 맞아 前-現 교수 서화전 여는 최종고 명예교수
전·현직 서울대 교수들의 미술 작품 60점을 모은 전시회 ‘학자, 붓을 잡다’를 기획한 최종고 서울대 법대 명예교수가 자신의 시화집을 들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서울시장·한국은행 총재 등을 지낸 조순 전 경제부총리는 서예 글씨를, 암 권위자인 박재갑 국립암센터 석좌교수는 새 한 쌍이 새끼들에게 먹이를 주는 모습을 그린 동양화를 내놓았다.
‘고고학의 대가’로 불렸던 고 김원룡 인문대 교수가 그린 크로키(대상의 특징을 빠르게 스케치하는 서양화 기법)풍으로 그린 수묵화 ‘인문대 교수실 풍경’도 전시됐다. 한국 화학공학의 선구자로 올해 3월 타계한 고 이재성 전 공대 학장의 풍경화도 내걸린다. 이 전시회를 기획한 사람 역시 법학 연구로 이름을 알린 최종고 법대 명예교수다.
최 교수는 1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가진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최 교수는 법대생이면 누구나 교과서처럼 공부했을 ‘법학통론’의 저자이면서 ‘법과 미학’이라는 책도 썼을 정도로 미술에 조예가 깊다. 직접 그림을 그리고 시를 쓰면서 작품집을 내거나 전시회를 열었다.
전시회 준비는 최 교수가 개교 70주년을 맞아 예술적 소질을 갖춘 서울대 교수들의 작품을 한꺼번에 모아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시동이 걸렸다. 그는 “지금까지 서울대가 배출한 졸업생들이 총 33만 명이고 석·박사만 11만 명”이라며 “졸업생들이 70주년을 맞아 전시회를 핑계 삼아 학교에 한번 찾아오고 만날 수 있는 계기라도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이미 고인이 된 교수들의 작품을 찾기 위해 유족들을 만나기도 했다. 2011년 타계한 신광현 영문학과 교수의 절명시를 우연히 발견해 내고는 신 교수의 딸을 찾았다. “신 교수의 딸이 홍익대에서 동양화를 전공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는 바로 달려갔습니다. 아버지의 글이 작품으로 남을 수 있도록 붓글씨를 써 달라고 해서 그 글을 전시했죠.” 고인이 된 또 다른 교수의 서예 작품을 받기 위해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가 울먹이는 유족들을 달래기도 했다.
1947년생인 최 교수는 서울대와 나이가 같다. 최 교수가 입학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서울대에 몸담은 기간은 50년. 학교 사랑이 각별할 수밖에 없다. 이달 초에는 서울대의 1970년대 연건캠퍼스 시절 모습부터 현재 관악캠퍼스 모습까지를 두루 담은 시화집 ‘캠퍼스를 그리다’를 펴내기도 했다.
“급변하는 사회에서 변하지 않는 가치를 찾고 지켜내는 ‘대학다움’을 전시하는 행사인 동시에 프로가 아닌 사람들이 정성으로 작품을 다듬어낸 ‘자기계발’을 선보이는 자리입니다.”
최 교수는 “학자들의 작품에서 문자향(文字香·글의 향기)과 서권기(書卷氣·책의 기운)를 느껴 보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