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작가 이호철씨
고인은 1932년 함경남도 원산에서 태어나 1950년 6·25전쟁에 인민군으로 동원돼 포로로 잡혔다가 풀려난 뒤 이듬해 1·4 후퇴 때 단신으로 월남했다.
1955년 ‘문학예술’에 단편소설 ‘타향’으로 등단한 이후 60여 년간 250여 편의 소설을 통해 전쟁과 남북 분단 문제를 파고들었다. 장편소설은 동아일보에 연재한 ‘서울은 만원이다’를 비롯해 ‘소시민’ ‘남풍북풍’ ‘門’ ‘그 겨울의 긴 계곡’ ‘재미있는 세상’을, 중·단편소설로는 ‘퇴역 선임하사’ ‘무너지는 소리’ ‘큰 산’ ‘나상’ ‘판문점’ 등을 발표했다. 그는 자신의 대표작으로 연작소설 ‘남녘사람 북녘사람’을 꼽았다. ‘남녘사람…’은 1999년부터 폴란드, 일본, 독일, 프랑스, 중국, 미국, 멕시코, 헝가리 등 10여 개국에서 현지어로 번역됐고 2004년에는 이 소설로 독일 예나대가 주는 국제 학술·예술 교류 공로상인 ‘프리드리히 실러’ 메달을 받았다.
문학의 현실 참여는 고인의 오랜 화두였다. 2013년 소설집 ‘판문점’ 출간 당시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북이 변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역할을 하고 싶고, 문학으로도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2011년 본보 대담에서는 “내 문학이 탈향에서 귀향, 분단에서 통일로 가는 여정인 것은 그것이 삶 자체였기 때문”이라며 “뜨거운 작품을 써서 변화를 끌어내는 것, 그게 문학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유신헌법 개헌 반대 서명을 주도했다가 1974년 문인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투옥되는 등 민주화 운동에도 앞장섰다. 문인간첩단 사건은 법원의 재심으로 2011년 무죄 판결을 받았다.
고인은 1998년 8월에 9박 10일간 동아일보 취재진의 일원으로 방북했고 2000년 8월 15일 이산가족 제1차 상봉 때 적십자사 자문위원으로 들어가 누이동생을 50년 만에 만나기도 했다.
자유실천문인협의회 대표, 한국소설가협회 공동대표, 한국문인협회 고문,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을 지냈다.
유족으로는 부인 조민자 여사와 딸 윤정 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 세브란스병원, 발인은 21일 오전 5시, 장지는 광주 국립5·18민주묘지. 02-2227-7500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