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가시밭길 선택한… 내 피 중의 피, 민아”

입력 | 2016-09-19 03:00:00

이어령 前장관 부인 강인숙 교수, 딸 이민아 목사 추모글 펴내




“민아야….”

부르면 아직도 “엄마, 왜?”라고 되물을 것 같다. 어머니는 생명이 움트는 봄이 싫다. 딸 민아가 나날이 ‘목숨이 축나다가’ 떠나간 계절이어서다. 봄을 못 견디는 마음은 몇 년이 지나도 그대로지만, 어머니는 딸에 대한 글을 정리해서 세상에 내보내기로 했다.

강인숙 건국대 명예교수(사진)가 ‘민아 이야기’(노아의방주)를 최근 펴냈다. 4년 전 세상을 떠난 딸 이민아 목사의 이야기다. 강 교수의 남편이자 이 목사의 아버지는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 고인은 이화여대 영문과를 3년 만에 조기 졸업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와 검사로 일했다. 두 번의 결혼과 두 번의 이혼, 큰아들의 죽음을 겪은 뒤 신학을 공부해 목사가 되는 등 고인의 삶은 굴곡이 컸다.

故 이민아 씨

강 교수는 책에서 ‘딸 민아’와 ‘엄마 민아’에 대한 이야기를 찬찬히 들려준다. 어머니 강 교수가 보기에 어릴 적 딸은 추상적 사고는 잘하는 우등생이지만 현실 감각은 턱없이 모자랐던 아이였다. 살림도 못하고 돈 계산도 싫어했지만 남을 돕는 일엔 늘 나서는 이였다.

고인의 큰아들은 뇌수막염으로 고인보다 먼저 세상을 떠났다. 또 자폐증을 앓는 둘째 아들로 오래 가슴앓이를 했다. 고인은 갑상샘암에 이어 망막 박리로 실명 위기를 겪기도 했다.

강 교수는 “그 애가 가시밭길을 걸었지만 운명의 길이 아니라 자기가 선택한 길이었다”고 돌아본다. ‘in my fashion(내 나름의 방법으로)’이 딸의 좌우명이었음을 떠올리면서 어머니는 “한번 옳다고 생각하면 어떤 손해를 보더라도 한눈을 팔지 않고 자신의 선택에 올인하며 사는 것이 민아의 ‘fashion’이었다”고 말한다.

위암으로 투병하던 딸이 세상을 떠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강 교수는 딸의 발을 두 손으로 감싸 쥐었다. 21.5cm의 작은 발. 구둣주걱만 한 예쁜 발의 온기가 서서히 사라지면서 강 교수는 딸의 죽음을 비로소 알아차렸다고 말한다.

먼저 간 딸을 향해 강 교수는 고백한다. “내게 민아는, 변호사도 아니고, 검사도 아니고, 목사도 아니다. 그냥 딸이다. 내 피 중의 피요, 살 중의 살인 내 피붙이. 쉰이 돼도, 예순이 돼도 내가 사랑해 주어야 할 하나밖에 없는 딸이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