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안철수 의원은 어제 기자들과 만나 “대북제재가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중국의 협조가 가장 중요하다”며 “우리가 가진 유일한 협상 카드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다. 중국이 대북제재에 응한다면 사드를 배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카드로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제 인터뷰에선 “중국이 대북제재를 거부한다면 자위적 조치로서 사드 배치에 명분이 생기는 것”이라고 했다. 정부의 사드 배치 발표 직후인 7월 10일 ‘사드 배치에 대한 입장’이라는 발표문까지 내며 반대했던 안 의원이 사실상 철수(撤收)를 공식화한 것이다.
국가안보를 위해 사드 반대에서 철수한 것은 흠이 아니다. 오락가락하는 안보관이 문제다. 그는 당초 “사드 배치를 국민투표에 부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드를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선 ‘정부가 중국과의 외교적 협상을 생략하고 갑자기 발표했기 때문’이라며 정부 탓을 했다. 안보주권인 방어무기 도입을 놓고 적의 동맹국과 협상하는 나라는 없다.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인 14일 MBC의 여론조사에서 사드 배치에 ‘공감한다’(62.4%)는 국민이 ‘공감하지 않는다’(31.9%)보다 배 가까이 많았다. 안 의원의 국민의당이나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정세균 국회의장 등이 사드 반대 주장에서 한발 물러서는 것도 이런 여론에 압박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야당은 안보 현실에 대한 깊은 고려와 책임의식 없이 사드 반대부터 주장함으로써 한국을 겁박하는 중국의 입장을 강화시켜준 점부터 반성해야 한다.
안 의원이 보수우파의 ‘대북 압박’과 진보좌파의 ‘대화 중시’에서 중간 지점을 찾다가 길을 헤매는 모습이 딱하다. 정계 입문 4년이 되도록 안보관이 흔들리는 대선주자에게 정권을 맡기기에는 국민이 불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