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옥스프링 코치(왼쪽). 스포츠동아DB
롯데는 지난달 18일 투수코치와 타격코치를 동시 교체했다. 흔히 감독의 수족인 코치진 변동은 구단의 감독을 향한 최후통첩으로 인식되는 케이스가 적지 않다. 게다가 롯데가 주형광 투수코치와 장종훈 타격코치를 문책성 교체하고, 그 대안으로 1군에 올린 코치들이 외국인이라 야구계가 받아들이는 파장이 더 컸다. 타격코치 프랑코와 투수코치 옥스프링은 롯데가 원래 유망주들을 육성하기 위해 데려온 코치들이었다. 특히 옥스프링은 지난해 kt를 끝으로 현역 은퇴한 초보코치였다.
당시 롯데 구단은 “프런트는 절대 개입하지 않았다”고 이례적으로 같은 내용의 보도 자료를 두 차례 내는 등, 강력한 의사를 표시했다. 그래도 의문의 시선은 좀처럼 거두어지지 않았는데, 조원우 감독은 최근 “내가 원해서 내린 교체”라고 속마음을 밝혔다.
그 배경은 한마디로 읍참마속, 고육지계였다. “당시 어떻게 해서라도 돌파구가 필요했다”고 조 감독은 심경을 떠올렸다. 외국인이라 의사소통이 불편할 수 있었지만 그것보다 더 필요한 건 두 외국인투수 린드블럼과 레일리의 구위 회복이었다. 두 투수 없이 롯데의 반등은 없다는 것이 조 감독의 냉정한 현실인식이었다.
전반기 방어율이 6.25(5승8패)에 달했던 린드블럼은 반전을 이뤘다. 후반기 방어율 3.80(5승3패)이었고, 2년 연속 10승에 도달했다. 명맥이 끊어질 뻔했던 롯데 10승투수 계보를 이었다. 레일리는 전반기(6승5패 방어율 3.50)에 비해 후반기(1승3패 방어율 6.22) 성적이 좋지 못하지만 롯데 최다이닝(166.1이닝) 투수다. 린드블럼이 165.2이닝이고, 그 다음이 토종투수인 박세웅의 124이닝이다. 롯데에서 100이닝 투수는 이들 셋 이외에 없다.
외국인투수를 위한 옥스프링 코치의 1군 승격은 롯데 투수진의 현주소다. 롯데가 진짜 5강을 가고 싶으면 무엇을 채워야하는 것이지 여실히 노출하고 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