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질 확산으로 토종벌 98% 폐사” 20일 오염된 벌통 수백개 불태우며 정부-지자체에 방역대책 요구
낭충봉아부패병에 감염돼 대부분의 벌이 폐사한 토종벌통. 토종벌 농가들은 낭충봉아부패병을 도살처분 대상 질병에 포함하도록 가축 전염병 예방법 시행 규칙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대립 씨 제공
사단법인 한국한봉협회 충북지회는 20일 오전 10시 반 충주시 신니면에서 회원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토종벌 낭충봉아부패병 화형식’을 열 계획이다. 이날 행사에서는 낭충봉아부패병으로 폐사한 벌과 바이러스에 감염된 벌집 및 벌통 800여 개를 불태우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의 근본적인 방역대책을 요구하는 호소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한봉 충북지회는 “(낭충봉아부패병)은 2008년 처음 발생한 뒤 2010년에는 전국을 휩쓸어 그해 국내 토종벌의 98%를 폐사시켰다”며 “병명도 원인도 알 수 없는 이 괴질에 한봉 농가들은 파탄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낭충봉아부패병은 꿀벌에 생기는 바이러스 질병으로 애벌레나 다 큰 벌의 소화기관에 침투해 병을 일으킨다. 감염된 벌이나 애벌레는 몸체가 부풀면서 죽고, 특히 토종벌의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봉협회에 따르면 2010년 전국 토종벌의 98%에 해당하는 42만2380여 통의 벌이 이 병에 걸려 폐사했다. 하지만 현재로선 소각 말고는 마땅한 방제 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농림축산검역검사본부의 낭충봉아부패병 예방치료 및 방역수칙에 의하면 ‘감염된 애벌레 한 마리가 성봉 10만 마리를 감염시킬 수 있다’며 감염 위력을 경고하고 있다. 토종벌로 신지식인에도 선정된 김대립 씨(42)는 “토종벌이 복원되지 않고 계속 죽는 것은 낭충봉아부패병 방역의 가장 기본이 되는 바이러스 감염원 차단 방역 대책이 없기 때문”이라며 “감염 벌통을 소각 처분해 감염원을 없앤 후 현대 과학과 사육기술이 접목된 예방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충북도는 이달부터 11월까지 도내에서 사육되는 봉군(蜂群·벌통)을 대상으로 낭충봉아부패병 감염 여부를 전수조사하기로 했다고 19일 밝혔다. 충북도에 따르면 토종벌을 사육하는 도내 농가는 580곳, 벌통 수는 4100개에 달하는데 봉군 가운데 40%가 낭충봉아부패병의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
충북도는 낭충봉아부패병 감염 벌통을 소각하기 위한 국비 지원과 발생 농가를 중심으로 한 지역 단위 이동제한 시행 등을 농식품부에 건의할 계획이다.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